3일 오후 광주시 북구 각화동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희생자 유해 암매장 추정지가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유해 발굴 작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대하 기자
“우선 주검을 묻었던 6개 구덩이부터 찾고자 합니다.”
3일 오후 광주시 북구 각화동 옛 광주교도소 5·18 희생자 유해 암매장 추정지에서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발굴 추진 계획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현장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매장 유해 발굴 장소는 1980년 5월21일부터 옛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공수여단 본부대장 김아무개 소령이 1995년 5월29일 서울지검에 출석해 약도를 그려 표시해 둔 곳이다. 과거 수용자 농장이 있던 곳으로, 교도소 담장 밖 3~5m 정도 폭에 길이 117m 가량의 구간이다.
“두 구를 한 구덩이에 묻었다고 합니다. 관이 없어서 가마니로 시신을 묶어 한 구를 놓고 한 구를 또 엎어서…”
김 상임이사는 “유해가 묻혀 있다면 깊이는 1m50㎝에서 깊어야 2m가 안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1995년 12·12 및 5·18 사건 재수사 당시 김아무개 소령은 “5월23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3명을 포함해 12구의 시체를 매장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유해 발굴 작업은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진행된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법무부로부터 옛 광주교도소 터 안 유해 발굴 승인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5·18기념재단은 4일부터 대상 지역 사전 정지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김 상임이사는 “이번 주말부터 콘크리트와 잔디를 제거해 발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며 “표토층이 드러나면 어떤식으로 발굴할지 전문가와 상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매장 여부를 가리는 데는 15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이사는 “유해가 있다면 (작업 이후) 한달 정도면 유해를 찾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5·18기념재단은 신중한 편이다. “6개 구덩이를 발견하더라도 유해를 꼭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 상임이사는 “(군인들이) 시신들을 옮겨갔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해가 발굴되지 않더라도 암매장 추정 단서라도 찾길 기대하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뼈만 남은) 육탈이 된 후에 (시신이 옮겨) 갔다면 몸 안 파편이라도, 못 옮겨간 뼛조각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발굴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18기념재단은 옛 광주교도소 다른 곳에도 암매장 유해가 있는 지를 검증할 방침이다. 3공수 여단 11대대 소령과 병장이 교도소 앞쪽에 5구의 주검을 묻었다는 제보 내용도 앞으로 확인해 발굴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김 상임이사는 “하늘에서 함께 도와서 반드시 가족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그 유해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5·18재단이 추진하는 유해 발굴 사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광주지검은 5·18기념재단과 두차례 업무 협의를 거쳐 유해 발굴 이후 수사 착수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박상기 장관은 현장을 둘러본 뒤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해 발굴 사업을 최대한 지원하겠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종료되길 바란다”고 약속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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