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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발굴 하듯 꽃삽·붓 들고 ‘5·18 행불자’ 유해 찾는다

등록 2017-11-05 11:54수정 2017-11-05 21:03

암매장 추정지 옛 광주교도서
37년만에 발굴 6일부터 시작
매장 시기 등 정밀 추적 위해
고고학 전문가들이 발굴 책임
4일 광주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굴삭기가 발굴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광주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굴삭기가 발굴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재를 출토하듯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암매장 흔적을 추적합니다.”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발굴을 하루 앞둔 5일, 5·18기념재단 안팎에는 기대감과 압박감이 교차했다. 김양래 재단 상임이사는 “묻었다는 여러 증언이 있으니 파봐야 마땅합니다. 고고학적 발굴로 객관적인 진실에 접근하려 합니다. 막상 새로운 시도로 시작하려니 두렵고 긴장됩니다”라고 말했다.

유력한 5·18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광주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발굴이 6일부터 고고학 전문가가 문화재를 출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옛 광주교도소 발굴은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7년 만에 처음이다.

민간단체인 대한문화재연구원이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과 최인선 순천대 사학과 교수 등이 자문한다. 발굴단은 먼저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바깥 농장 터(길이 117m, 너비 5m 공간) 곳곳에 일정한 간격으로 시굴 조사 구덩이(트렌치)를 파기로 했다. 이를 통해 농장 터의 땅 밑에 유해나 물체가 있었는지, 과거에 몇 차례나 흙을 파내고 다시 메웠는지 등 지질 정보를 얻는다.

발굴 작업은 작은 삽 등 손 공구로 땅을 파헤치는 정밀조사 방식으로 진행한다. 원칙적으로 꽃삽, 칼, 붓 등 발굴 도구만을 현장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쓰는 것이다. 중장비는 필요할 경우만 사용한다.

이런 방식은 국방부의 한국전쟁 전몰자 찾기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함평 양민학살 진실조사 등에서 시도된 적이 있다. 발굴 속도는 느리지만 정밀하게 토양과 토층을 파악해 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분석해 언제 묻었는지, 다시 파냈는지 등을 치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그동안 유해 발굴은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해왔다면 이번에는 과정과 결과를 학문적으로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작업을 거치면 암매장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15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옛 광주교도소에는 3공수여단이 주둔했고, 교도소 안팎의 3곳이 암매장 장소로 지목받았다. 하지만 여태껏 법무부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민주화운동 당시 주둔 부대 지휘관이 12구를 묻었다며 검찰에 제출했던 약도와, 재소자였던 시민이 담장 밖에서 굴착기로 작업하는 장면을 봤다는 제보 등을 근거로 이번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법무부도 지난 3일 교도소 전역의 발굴을 승인했다.

법무부가 동의하자 5월 단체들은 지난 4일 행방불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개토제를 올렸다. 이어 굴착기를 들여보내 콘크리트와 잡초, 낙엽 따위 장애물을 제거하고, 기둥과 노끈으로 작업 구획을 표시했다.

현재까지 주검을 찾지 못한 5·18 행방불명자는 76명에 이른다. 광주시는 2002년, 2006년, 2009년 3차례 효령동 야산, 황룡강 제방 등 암매장 추정지 9곳을 발굴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력한 암매장 추정지였던 광주교도소는 당시 4000여명이 수감 중이라는 이유로 발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해가 나오면 광주지검이 매장 경위와 신원 확인을 위한 수사에 나선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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