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갈등을 빚다가 목숨을 끊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직원 손진기씨의 유가족과 직장 동료 등이 9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고 있다. 김일우 기자
기자와 갈등을 빚다가 목숨을 끊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직원의 유가족과 노동조합이 기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유가족과 노동조합으로 꾸려진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고 손진기 노동자 사망관련 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9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손씨의 죽음에 인터넷매체 ㅋ뉴스 김아무개 기자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통화 녹음파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김 기자가 기사를 쓴 이유는 한국패션센터 대관 청탁 거절에 대한 보복 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김 기자를 명예훼손과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책위는 이어 기자간담회를 열어 손씨와 숨지기 직전 김 기자와 전화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김 기자가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느냐”, “내 깡다구 테스트 하느냐”, “그 정도 융통성도 없느냐” 등 손씨에게 한 말이 담겨있다. 이 녹취록은 숨진 손씨가 지난달 27일 저녁 5시21분께부터 약 20분 동안 김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담겨있다.
손씨는 지난달 31일 낮 12시9분 대구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건물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손씨는 이날 새벽 2시2분 김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손씨의 업무용 컴퓨터에서는 김 기자로부터 협박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3장 짜리 글이 발견됐다. 한국패션센터 건물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손씨는 최근 김 기자와 대관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지난달 ‘한국패션센터가 개인 건물 갑질 도 넘었다’ 등의 제목으로 비판 기사를 두차례 썼다. 김 기자는 기사에서 숨진 연구원 직원 조씨가 “대관 업무와 관련해 특정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등 각종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기자는 “나는 협박을 하거나 괴롭히지 않았고, 대관에 대해 알아보다가 문제점이 많아 기사를 썼을 뿐”이라며 손씨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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