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전남 화순군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남 합동 추모제보성군 유족회 제공
소설 <태백산맥> 무대였던 전남 보성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보성군 유족회와 보성군은 14일 오후 1시 전남 보성군 보성읍 용문리 서편제 보성소리전수관에서 1948~1953년 보성군 지역의 민간인 희생자를 기억하는 합동 추모제를 봉행한다. 이날 추모제는 1부 희생자를 기리는 전통 제례, 2부 씻김굿, 추모사, 추모시, 추모가 등으로 진행된다. 유족회는 “억울하게 숨진 민간인 희생자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평화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추모제는 희생에 따른 고통을 치유하라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고, 민간인 희생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산악지대가 많아 빨치산과 토벌군 교전이 잦았던 보성군에서는 여·순사건과 보도연맹 등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사건에 얽혀 민간인 22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진실·화해위도 2005~2010년 여수·순천·보성 등 6개 시·군에서 여·순사건의 진상조사를 벌였다. 보성군에서는 이 조사 뒤 민간인 피해자 50명이 배·보상을 받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회는 제적등본 열람이 어려운 상황에서 12개 읍·면 면장단과 이장단을 면담해 희생자 숫자를 율어면 700여명, 회천면 200여명, 웅치면 100여명 등으로 추계했다. 특히 2000년에 발간한 웅치면지에는 당시 희생자 98명 명단이 올라 있어 추적의 실마리가 됐다.
박성태 보성군 유족회장은 “백방으로 수소문해 신원과 유족을 파악한 민간인 희생자가 현재 220명에 이른다. 면별로는 율어면 65명, 웅치면 45명, 득량면 35명, 복래면 25명, 노동면 3명 등이다. 하지만 문덕·복래·미력면에 수몰마을이 많고 유족마저 사망했거나 두려움도 여전히 남아 있어 아직 피해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하지 못하면 역사에 묻혀버릴 것이 뻔해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앞서 보성군은 지난 9월29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을 추진할 근거를 마련했다. 윤병선 보성 부군수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사회적 편견 속에 오랜 세월을 눈물로 보내야 했던 유족에게 위로를 전한다. 늦었지만 이번 추모제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반성하고, 평화와 인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남 시·군 22곳 중 순천·광양·구례 등 11곳은 이미 이런 조례를 제정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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