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육 현장 담은 <노는 것부터 가르치는 이상한 나라> 낸 윤성희.오윤주 기자
“핀란드 사람들은 11월을 가장 잔인한 달, 암흑의 달로 꼽는다. 북극권에 속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그러하듯 핀란드도 겨울이 길다. 하루 4~5시간 정도만 해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되도록 많은 시간 행복과 놀이에 집중한다.”
<노는 것부터 가르치는 이상한 나라>(도서출판 고두미)를 펴낸 윤성희(49·챌린져투어 대표)씨의 핀란드의 11월 분석론이다. “밤이 길어 책을 읽고, 낮이 짧아 노는 데 열심이죠. 날씨 좋을 때 쉬라고 여름방학도 두 달입니다. 잘 노는 데도 학업성취도 평가, 창의력 지수 등 교육 경쟁력이 높다면 그들만의 비법이 있지 않을까요.”
그는 2012년 5월부터 20여 차례 핀란드를 들락날락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그는 한국교원대, 청주 양업고 등 교직원을 대상으로 국외 교육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여행 같은 연수에서 벗어나려고 그는 핀란드 안 학교, 유적, 교육기관 등을 촘촘하게 훑었다.
윤성희씨가 펴낸 핀란드 교육 현장 보고서 <노는 것부터 가르치는 이상한 나라>.
그가 핀란드 교육에서 놀란 것은 가르치는 데 집착하기보다 노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선 6살 미만에게 교육하는 게 금지돼 있어요. 수업을 통한 교육보다 보육에 치중한다는 거죠. 우린 한파·폭설이면 바깥출입을 막지만 이들은 옷을 입고 나가 놀게 해요.”
우리는 좋은 대학 잘 보내는 학교가 곧 좋은 학교다. 하지만 핀란드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가장 좋은 학교다. 주변에 강·숲, 문화·복지 기관 등이 함께하면 금상첨화다. 학교·가정·복지기관이 연계하는 형태다. “학교-가정 간 소통·신뢰 관계가 형성돼 학생이 수업 때 졸면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정도죠. 물론 학교의 교육 자율권도 보장돼 있죠.”
핀란드에선 ‘사지선다’(넷 중에 하나 고르는) 시험이 없다. 교사 선발 임용고사, 학교 간 우열 평가, 행정실도 없다. 수학 등 교실 안 수업뿐 아니라 농업·목공·뜨개질 등 현장 교육을 중요시한다. “얇은 지식보다 지혜와 인성·철학을 우선시합니다. 자연 교육도 주입보다는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으로 짜입니다.”
학생·민주화 운동을 거쳐 민주노동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등 진보 정치의 길을 걷던 그가 놀란 것은 노동법·민주주의 교육이다. “누구나 노동자가 된다는 전제 아래 노동법과 민주주의, 정치를 가르치는 데 반응이 좋아요. 종교와 철학, 모국어에 기반을 둔 영어 등 외국어 교육도 핀란드 교육의 강점이죠.”
핀란드에선 입학 때 만난 담임은 졸업 때까지 학생과 함께 한다. 물론 한번 편성된 학급도 졸업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또 교육과정, 수업 등에서 뒤처진 학생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놀랍다. 뒤처진 과목을 1년 정도 더 배우는 ‘특수교육’ 과정이다.
그는 핀란드 교육을 정답이라고 보지 않는다. 빈부 양극화 심화에 따른 교육 편중, 수도 헬싱키 집중, 도시 집중화와 작은 학교 감소, 경제난이 부른 교육 재정 축소, 교사 감소 등 핀란드 교육의 민낯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핀란드 교육이 절대 선이고, 우리 교육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을 부각하고 싶진 않아요. 딸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한 작은 참고 말씀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12월 핀란드와 북유럽 교육 등을 주제로 북 콘서트도 열 참이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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