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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된 ‘박정희 100돌 기념식’…“박근혜 석방·문재인 타도”

등록 2017-11-14 15:15수정 2017-11-14 15:42

극우단체 회원들은 “박근혜 석방”과 “문재인 타도” 외쳐
구미 시민사회단체는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 중단‘ 요구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의 생일상을 차려주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의 생일상을 차려주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변은 한바탕 아수라장이 됐다.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든 극우단체 회원 100여명이 기념식에 몰려와 “박근혜 석방”과 “문재인 타도”를 외쳤다. 시민사회단체 회원 40여명은 생가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중단을 요구했다.

구미지역 참여연대, 기독교청년연합, 민주노총,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어린이도서연구회 등은 이날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자료관 건립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정희를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추켜세우는 일부 박정희 추종자들이 구미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한다. 하지만 구미에는 이미 박정희를 기념하고 추모할 공간은 많다. 그런데도 구미시는 박정희 유물을 전시하는 자료관까지 짓겠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무상급식은 외면한 채 지역 토호세력의 주장만으로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가 오늘도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서 구미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서 구미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실제 구미에는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시설이 많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 동상, 보릿고개 체험장, 박 전 대통령 등굣길 등이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도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58억원)과 ‘새마을운동 테마공원’(870억원) 등을 만들고,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286억원)까지 했다.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에 돈을 지원해 매년 박 전 대통령 ‘추모제’(10월26일)와 ‘탄신제’(11월14일)를 열고 있다. 여기에다 또 200억원을 들여 역사자료관도 만들 계획이다.

극우단체 회원들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었다. “위대한 박정희 대통령 각하 탄생 백 주년인데 어디 저런 것들이 몰려와서”, “너희들은 북괴로 꺼져라”, “이북(북한) 가라”, “민주노총이 적폐다”,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러 왔는데 빨갱이 무리가 와서 행패를 부린다” 곳곳에서 이런 고함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박정희를 기념하고 싶으면 우리 세금을 쓰지 말고 당신들이 직접 돈 내서 하라”며 맞섰다. 이날 경찰이 5개 중대 4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큰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서 극우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펼침막을 등에 붙여 다니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서 극우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펼침막을 등에 붙여 다니고 있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한 기념식은 숭모제례, 역사자료관 기공식, 식전공연, 기념식을 거쳐 낮 12시에 끝났다. 남유진 구미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백승주 의원(구미시갑), 장석춘 의원(구미시을), 이철우 의원(김천시)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기념식에 오지는 않고 대신 화환만 보냈다. 기념식 도중 일부 참가자들은 “문재인 타도”를 함께 외쳤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기념식이 열린 특설무대 옆에 천막을 쳐놓고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기념사에서 “저는 이번 탄신제가 동·서가 하나 되고 진보·보수가 하나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박정희 대통령 놓아드리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그분의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에 맡기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남 시장은 지난달 4일 구미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찾아 “좌파들과의 이념전쟁의 최전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끝난 14일 오후 극우단체 회원들이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앞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끝난 14일 오후 극우단체 회원들이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앞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기념식이 모두 끝나고도 극우단체 회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과 그 앞 도로를 돌아다니며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라”, “문재인을 타도하자”라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다시 조용해졌다. 구미시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했다.

글·사진 구미/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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