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해수담수 수돗물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근처 바닷물을 끌어당겨 정수 처리한 수돗물(해수담수 수돗물)을 싸고 벌어졌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과 종합편성채널이 이 수돗물을 취약계층에 공급한 것을 두고 부산시를 비판하자 서병수 부산시장이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갈등에 불을 지폈다.
20일 부산시와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의 말을 종합하면, 오 의원은 지난달 24일 부산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장애 학생들이 참여한 행사 등에 기장 해수 수돗물이 든 병이 대량 배포돼 학부모들이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종편채널이 지난 14일 “부산시가 장애인이나 홀몸노인, 다문화가정 행사 등에 원전 인근에서 채취한 물이라는 사전 고지도 없이 이 생수를 제공해왔다”고 보도했다.
서병수 시장은 16일 부산시청 9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수담수 수돗물을 시민단체 등에서 먼저 요청해서 공급했다”는 등 오 의원의 주장과 종편채널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엔 이례적으로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과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도 함께했다.
서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여당이 73개 적폐 청산을 들먹이며 야당 단체장을 겨냥하고 있다. 언론 보도와 오 의원의 보도자료에 때맞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기장군위원회에서 비슷한 보도자료를 냈다. 기획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의원도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 시장을 비판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많은 시민이 여전히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는 물이 무작위로 대중에게 공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 시장의 기자회견은) 서 시장이 마치 정치적 기획의 희생양이라도 된 것처럼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되받았다.
공방은 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로 번졌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66개 단체는 16일 성명을 내어 “오 의원이 왜곡된 사실을 언론에 유포해 민심을 호도하고 새로운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언론이 검증 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오보해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20일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장주민들이 거부하고 노동자들도 거부한 해수담수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올바로 알리지 않고 무작위로 배포하고 있는 부산시의 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고 되받았다. 또 “66개 시민단체엔 해수담수 수돗물을 반대하는 단체가 일부 포함됐다. 부산시가 66개 단체를 이용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알고도 허용한 단체와 몰랐더라도 악용된 단체는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시는 국비 823억원, 시비 425억원, 민간자본 706억원 등 1954억원을 들여 고리원전에서 직선거리 11㎞ 수심 10~15m의 바닷물을 육지로 끌어올려 수돗물을 생산하는 시설을 2014년 12월 완공했다. 시는 기장·장안읍과 일광면 등 기장군 3개 읍·면에 이 수돗물을 공급하려 했으나 반발이 계속되자 지난해 12월 원하는 가정만 공급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시청 등 공공기관 1202차례 230만병, 일반 민간단체 2423차례 202만병, 장애인·홀몸노인·다문화가정 119차례 8만6400병 등 모두 3744차례 441만병을 무료로 공급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