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2일 서울 신촌 거리에서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밤 중에 귀가하던 시민이 경찰의 불심검문을 거부하고 오히려 불심검문당한 사실을 경찰(112)에 신고했다가 수갑이 채워져 경찰서로 강제 연행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은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걷어찬 용의자로 검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시민은 “근거없는 불심검문을 거부했다가 연행당했다”고 반박했다.
23일 경찰과 ㄱ씨(45)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 17일 밤 12시58분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부동산 앞에서 “술 취한 행인 3명이 차량을 발로 차고 ○○나이트클럽 쪽으로 달아났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ㄱ씨 일행을 세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ㄱ씨 일행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경찰관의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라고 요구하며 불심검문을 거부해 언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ㄱ씨는 “경찰관들이 근거도 없이 시민을 협박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112신고를 했고, 경찰관들이 추가로 출동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관 6~7명은 ㄱ씨를 둘러싼 뒤 “허위 신고를 했다”며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에 ㄱ씨가 거세게 항의하자, 경찰은 수갑까지 채워 연행해 경범죄처벌법상 허위신고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ㄱ씨 일행은 이날 파손 신고된 차량에서 70여m 떨어진 한 식당에서 신고된 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신고자가 지목한 용의자는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무고한 시민을 붙잡아 범죄인 취급한 것에 항의하고 신고한 것이다. 불법적인 불심검문을 112에 신고했다고 수갑을 채워 강제연행한 것은 공권력 남용이고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ㄱ씨는 해당 경찰관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애초 신고받은 차량 파손 행위자와 ㄱ씨 일행의 인상착의가 비슷해 이들을 용의자로 보고 검문했으나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신고자도 ‘파손 행위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ㄱ씨 등에게 귀가를 종용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감정적으로 경찰을 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ㄱ씨가 112에 ‘경찰이 시민을 폭행한다’고 3차례 허위 신고해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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