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더불어 행복하기’라는 주제로 열린 상호문화캠프 성요셉상호문화고교 설립추진위원회 제공
지난해 폐교한 전남 강진의 성요셉여고가 다문화 가정 자녀를 끌어안는 성요셉상호문화고로 다시 문을 연다.
전남도교육청은 23일 강진읍 평동리에 대안학교인 성요셉상호문화고교를 인가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내년 3월 3만3000㎡ 규모의 옛 성요셉여고 교실동과 기숙사 등을 단장해 개교한다. 이를 위해 12월8일까지 남녀 입학생 20명(1학급)을 모집한다. 이어 16일 심층면접을 벌여 19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모든 학생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대안학교지만 고교 학력을 인정받기에 검정고시를 보지 않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이 학교는 결혼과 노동을 위해 입국한 이주가정 자녀와 부모를 따라온 중도입국 자녀, 대안 교육을 바라는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상호문화 교육을 진행한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사람 사이의 협력과 합의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성요셉 상호문화고등학교가 들어설 교실동과 운동장
이런 교육은 다문화 다인종 사회를 경험한 프랑스·독일 등에서 1970년대 논의가 시작돼 1980년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다수가 소수를 관용하는 듯한 다문화 교육이 결과적으로 이주민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반성에서 나와 차츰 공감대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이 학교는 필수 과목인 국어와 역사를 50% 반영하고, 이중언어와 세계시민 교육 등으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특성화 교과에는 인턴십 참가, 의식주 비교, 청소년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또 진로선택을 위해 세계 각국의 조리·다과·의복·음악·공예 등을 체험하는 활동으로 문화 감수성과 직업 적응력을 길러주기로 했다.
설립을 준비 중인 사랑의 시튼수녀회 쪽은 “농촌사회를 지속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55년 전 농촌 여성한테 했던 것처럼 우리 눈앞에서 언어와 문화 장벽에 막혀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고 밝혔다.
박규견 설립추진위원장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섰고, 초·중·고에 다니는 이주가정 학생이 11만여명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문화 수용성 교육 확대’를 공약한 만큼 새로운 학교가 성공할 수 있게 지역사회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성요셉여고는 1962년 시튼수녀회가 농촌 여성을 교육하기 위해 전남 강진에 설립한 뒤 동문 1만여명을 배출했지만 농촌 공동화와 입학생 감소로 54년 만인 지난해 문을 닫았다. (061)432-9240~1.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