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광역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일선 시·군에 해마다 270억원의 예산 분담을 요구했다. 사진은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에 승차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내년 버스 준공영제와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 굵직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선 시·군의 재정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다. 도가 내놓은 정책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경기도 일선 시·군은 앞으로 10년 동안 최고 6000억원의 재정을 분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경기도는 광역버스 운행의 안전성 등을 위해 버스기사 충원 지원 등을 위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지난 27일 도의회의 의결을 받아냈다. 이 사업은 남 지사의 공약으로 전체 예산은 540억원이다. 그러나 예산의 반은 도가, 나머지 반은 해당 시·군(전체 24개 중 22개)이 분담하게 돼있다. 해당 시·군들은 이 예산도 부담스런 상황인데, 남 지사는 앞으로 시내버스까지 준공영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군의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경기도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중앙정부 6164억원과 버스업체 자부담 2063억원, 경기도 1192억원, 도내 31개 시·군이 2727억원씩을 부담해 도내 경유버스 4109대를 모두 전기버스로 교체하겠다는 것이었다. 전기버스 충전기에도 경기도 245억원을, 시·군은 574억원을 내야 한다.
미세먼저 절감대책이 시행되면 경기도 31개 시·군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3301억원을 분담해야 한다. 여기에 버스 준공영제와 관련된 해당 시·군은 해마다 270억원까지 떠맡게 돼, 경기도 시·군은 향후 10년 동안 6001억원이 넘는 예산을 도 사업을 위해 써야 한다.
수원시 한 고위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맞더라도 사전 상호 협의를 해야 하는데, 결국 생색은 도지사가 내고 부담은 시·군이 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은 “도가 교부금 등을 무기로 시·군의 분담율을 정하고 이를 이행하게 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협치를 위한 협의와 합의가 이뤄진 뒤 도의 정책이 발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방자치의 본질은 협력이지 지배와 복종이 아니다. 남 지사 취임 이후 시·군 재정 투자비율과 관련해 일방통행이 고착화하고 있다. 도의 정책이고 지사의 공약이라면 도가 1%라도 돈을 더 내야 한다. 아무런 협의 없이 도는 생색만 내고, 부담은 재정이 열악한 시·군으로 떠넘기는 것은 도와 시군의 협력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홍용덕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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