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맛에서 일하는 한 할머니가 정성스레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우암시니어클럽 제공
할머니들이 만든 도시락 한 개가 10년 뒤 연 매출 5억원대 주식회사로 성장했다. 노인복지법인 우암시니어클럽 할머니 30여명이 일군 ㈜할머니손맛이다.
할머니손맛은 2006년 2월 우암시니어클럽이 출범하면서 발을 뗐다. 우암시니어클럽은 ‘세상을 향한 작은 길을 함께 디자인한다. 2020년까지 한국 시니어클럽의 대표가 된다’는 미션과 비전으로 옛 청주 우암동사무소 자리에 둥지를 텄다. 처음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어르신 10여명이 모였지만 데면데면했다. “평생 집에만 있었으니 밥·반찬 외엔 별로 잘하는 게 없는데….”
그게 답이었다. “그럼 도시락 만들면 되겠네. 팔리면 좋고, 안 팔리면 직원들 점심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다. 솜씨 좋은 할머니 7~8명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정성스레 도시락을 만들었다. 평생 자녀를 위해 만들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문제는 판로였다. 10년째 일하고 있는 안달순(70)씨는 “주변 약국, 카센터, 주유소 등이 고객이었는데 초기에는 3개가 채 안 나가서 속상했다. 전단지를 들고 일일이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맛과 정성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조금씩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사이 ‘할머니손맛’이라는 상표가 자리를 잡았고, 2013년 노인 일자리 평가대회에서 우수상에 이어 이듬해엔 대상을 받았다. 2015년 보건복지부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선정된 뒤 지난해 4월 주식회사로 독립했다. 이은주(40) 우암시니어클럽 실장은 “하루 평균 100여개가 꾸준히 나간다. 행사 땐 2000여개도 만든다. 연 매출 5억원에 어르신 종업원 30여명에게 평균 75만원 이상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우암시니어클럽 할머니손맛 반찬점에서 한 어르신이 반찬을 포장하고 있다. 우암시니어클럽 제공
도시락에 이어 할머니손맛 반찬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산남동 1호점에 이어 봉명동, 율량동에 2, 3호점을 잇따라 열었다. 이들 반찬점도 각각 연평균 매출이 1억8000만원을 넘는다. 이곳에선 어르신 40여명이 일한다.
우암시니어클럽 도란도란작업장에서 한 어르신이 앞치마 등을 만들고 있다. 우암시니어클럽 제공
우암시니어클럽엔 앞치마·이불 등을 만드는 도란도란공동작업장 27명, 전직 교사 등이 참여하는 재미송송 전통문화 사업단 21명, 어르신 카페 16명, 노인 치매 예방에 나서는 기억지킴이 42명 등 어르신 일자리가 활성화돼 있다. 공익형 사업도 있다. 노인들이 홀몸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어린이집·유치원 등의 급식을 지원하는 영양맘, 청소년 돌봄이 등 540여명이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
우암시니어클럽의 한 어르신이 특수아동을 돌보고 있다. 우암시니어클럽 제공
할머니손맛 등 취업형·공익형 사업단 14곳을 운영하는 우암시니어클럽은 2017 충북사회적경제상 수상 단체(조직부문)로 뽑혀 29일 상을 받는다. 충북시민재단, 충북사회적기업협의회 등은 협동과 나눔, 배려를 통해 사람 중심 경제 실현에 앞장선 단체·인물을 선정해 충북사회적경제상을 주고 있다. 사회적기업 싸리비 마경식(50) 대표도 인물 부문 상을 받는다.
엄승용 충북시민재단 국장은 “할머니손맛 등 우암시니어클럽은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사회 공익형 사업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노인 일자리 사업 분야의 본보기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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