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항파두리성 출토 철제 찰갑편, 고려시대, 13세기. 제주고고학연구소 소장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 가면 항파두리(항파두성) 있다. 1271년(고려 원종 12년) 삼별초가 진도에서 퇴각해 제주도로 밀려온 뒤 쌓은 토성이다. 몽골군의 공격에 대비해 내·외성으로 쌓은 이 성은 길이가 6㎞에 이른다. 내성은 돌로 쌓은 석성, 외성은 토성으로 그 형태가 지금도 남아있다. 삼별초를 지휘한 장군 김통정의 발자국이 패여 만들어졌다는 장수물 등 각종 삼별초에 관한 설화가 지금도 회자된다.
국립제주박물관이 5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삼별초 최후의 항쟁거점 제주에서 기획특별전 ‘삼별초와 동아시아’전을 연다. 내년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특별전은 13세기 후반 동아시아를 뒤흔들었던 몽골과의 전쟁과 그 속에서 삼별초의 여정을 따라가 도록 구성됐다. 강화에서 진도, 제주, 일본에 이르기까지 고려시대 삼별초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들이 겪었던 사건과 시대를 5부로 구성했다.
‘몽고습래회사’. 일본 후쿠오카시립박물관 소장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이번 특별전은 삼별초의 모든 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을 국내에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아 선보이는데 의의가 더 크다. 삼별초의 발족에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조명하기 위해 국내 20개 기관, 일본 7개 기관에서 수집한 570여점의 유물과 자료가 전시된다.
또 삼별초가 활동했던 고려시대 후기의 사회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발굴자료뿐 아니라 역사, 미술 자료 등이 함께 소개된다. 고려의 국난 극복을 상징하는 국보 272호 초조대장경, 보물 1156호 재조대장경, 고려시대 갑옷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보물 336호 정지장군갑옷 등 보물 9점을 포함해 10점의 국가지정문화재를 보는 것은 제주에서 흔치 않은 기회다.
우별초에 보낸 화물의 물표, 고려시대, 1265~1269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소장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삼별초의 주 무대였던 강화도 중성, 진도 용장성, 제주 항파두리성과 삼별초 패망 이후 여몽연합군의 흔적이 남아있는 일본 다카시마 해저유적 등 삼별초와 연관된 역사의 현장에서 발굴된 유물도 있다. 제주 항파두리성은 현재까지 발굴조사가 진행되는 곳으로 내성과 외성의 출토 명문와, 철제 찰갑편 등 무기류, 대형 도기호와 각종 청자, 중국 청자편 등 출토품으로 대거 선보인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국내 전시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자료도 전시된다. 제주에서 삼별초가 패망한 뒤 1281년 여몽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 장면을 묘사한 그림인 ‘몽고습래회사’(일본 후쿠오카시립박물관 소장)와 규슈 다카시마 해저유적에서 발견된 원나라 군대 관련 유물, 제주산 현무암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함선의 닻돌, 오키나와 출토 고려계 기와 등 13세 동아시아를 무대로 벌어졌던 전쟁의 모습이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