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교육지원청 대상으로 정량평가해 순위 매겼으나 내년부터 전국 최초 폐지
중점 사업을 정해서 보고서를 내면 우수사례는 전파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 권유
일선 교사들 “수업준비와 학생지도 전념에 도움된다”며 반겨
중점 사업을 정해서 보고서를 내면 우수사례는 전파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 권유
일선 교사들 “수업준비와 학생지도 전념에 도움된다”며 반겨
부산 ㄱ초등학교는 올해 6~10월 국회·교육부·부산시·시의회 등 외부기관에 71건, 부산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등 내부기관에 223건의 보고서 등 서류를 제출했다. 한 달 평균 59건의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교사 이아무개씨는 “서류를 너무 많이 제출하다 보니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시교육청이 학교와 교사의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산하 교육지원청의 서열식 평가를 20년 만에 전격 폐지한다. 그동안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들은 평가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 학교에 많은 서류 제출을 요구해 수업준비와 학생지도에 바쁜 교사들이 애로를 호소했다.
부산시교육청은 4일 교육지원청 5곳을 대상으로 1997년부터 벌여오던 서열식 평가를 새해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수업준비와 학생지도 등 본연의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돕자는 취지에서다.
각 학교는 1997년부터 해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서열식 평가가 있을 때 각종 서류 제출에 시달렸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서열식 평가를 하면 시·도교육청이 교육지원청을 통해, 시·도교육청이 교육지원청의 서열식 평가를 하면 교육지원청이 학교에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학교의 처지에선 두 차례나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부산시교육청은 그동안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항목을 참조해서 항목마다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정량평가를 했다. 올해는 자유학기제 학부모연수 추진실적 등 19개 항목에 54개 세부항목을 기준으로 서부·남부·북부·동래·해운대 등 5개 교육지원청을 평가했다. 5개 교육지원청은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 54개 세부항목 가운데 26개 항목에 해당하는 자료를 유치원과 초·중학교에 요구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서열식 평가를 폐지하는 대신에 교육지원청이 중점 사업을 선택해서 계획서를 제출하고 추진한 뒤 보고서를 내면 우수사례는 전파하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교육지원청이 중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교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학교에 업무 부담을 주면 지원 사업비를 삭감하는 등 벌칙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교사들은 반겼다. ㄱ초 이아무개 교사는 “실적이나 서열 평가를 위한 서류 제출을 요구받으면 창의적인 수업이 힘들고 심리적 부담감이 많다. 시교육청이 26건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한다고 하니 매우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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