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공영장례 조례를 계기로 장례를 보편적 복지 의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공영장례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존엄한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공공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 8월11일 용산구 동자동 사랑방 이웃들이 함께 지역주민의 장례를 치르는 모습. 나눔과 나눔 제공
‘장례시간 3시간, 장례비용 40만원으로 한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보장할 수 있는가?’
서울시의회가 추진하는 ‘공영장례 조례’를 둘러싸고 터져나온 질문이다. 지난 11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을 공공이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해 18일 상임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비용에서 “실효성 없는 조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7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지원하고 기본적인 장례 절차를 보장하는 공영장례 조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서울시 공영장례조례안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제공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위해선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조사한 한국인 평균 장례비용은 1443만원이다. 대부분 부조를 받아 장례비용을 충당한다. 그러나 경제력을 갖춘 가족이 없을 땐 사정이 다르다. 기초생활수급자 유가족에겐 장제급여 75만원이 지원되는데 시신을 수습하기만도 빠듯한 돈이다. 지난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인데,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는 “이들 중 80~90%는 실제론 가족이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장례를 포기한 경우”로 추정한다.
이번 서울시의회 조례는 보건복지부가 노인돌봄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장례의례서비스 집행기준 범위인 40만원 안에서 지원하도록 정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게 됐다. 3시간 동안 빈소를 차리기도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36년 동안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살던 김아무개씨는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 마을 주민들에게 장례를 치러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장례를 해달라는 호소다. 김씨가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면서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는 함께 그의 장례를 치렀다. 나눔과 나눔 제공
대상도 논란이다. 이번 조례는 지원 대상을 무연고 사망자와 연고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75살 이상 노인 등인 경우만으로 한정하면서 많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제외됐다.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은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직장’이라는 방식의 장례를 치른다. 이번 지원 방안으론 가족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도 ‘직장’ 이상의 장례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장례지원단체 나눔과나눔 박진욱 사무국장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족의 가장 큰 고민은 빈소와 운구차인데 적십자회가 2016년부터 공공운구차 제공을 중단하면서 많은 사람이 가족과 이별할 시간조차 없다”며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공이 빈소와 장의차를 지원해 최소한의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