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는 지난해 4월부터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에 반발해 제주해군기지 앞으로 마을회관을 옮겨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허호준 기자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기로 하자 마을 주민들과 반대단체들은 정부의 결정을 수용하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정마을회와 반대단체들은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가 확정될 때까지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경철 마을회장은 “정부가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는 안을 수용했지만, 강제조정된 내용이 소송 철회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소송 철회가 완전히 결정된 뒤 마을회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며 알을 아꼈다.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도 정부의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제주범대위 관계자는 “정부의 구상권 철회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번 구상권 철회 최종 결정은 갈등을 빚어 온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에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산적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해결 방안 마련이 되어야 한다” 고 말했다.
마을회와 반대단체들이 신중한 반응을 내놓는 것은 보수세력 등의 반발로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도 “모든 주민이 요구했던 게 구상금 청구소송이어서 정부의 조처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아 지켜보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지방정가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과 함께 정부의 구상권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주민들의 사면복권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 강정마을에서 마련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사업’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제주도당 등도 일제히 환영성명을 내고 “구상권 철회를 넘어 강정마을 처벌 대상자 사면은 물론 강정마을 공동체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정마을회는 지난해 3월30일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이 알려지자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허호준 기자
해군(정부)의 구상금 청구소송은 지난 2007년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터로 결정된 뒤 10여년 동안 주민들이 줄기차게 반대투쟁을 벌여왔던 고통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해군은 지난해 3월28일 개인 116명(마을주민 31명 포함)과 강정마을회 등 단체 5곳을 상대로 34억4800만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정마을회는 이에 반발해 지난해 4월부터 제주해군기지 앞 인도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은 주민들로부터 말로만 주민들과 상생·협력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제주도는 21차례에 걸쳐 정부에 구상권 철회를 건의한 것을 비롯해 도내 각 단체 등의 건의도 잇따랐다. 지난해 10월엔 국회의원 165명이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군기지 반대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처벌 대상자에 대한 사면복권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주도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주민과 활동가 등 연행자 수는 696명으로 이 가운데 형사처분 465명, 무죄 15명 등 480명이 확정판결을 받았고, 나머지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벌금은 2억9천만원이다. 주민과 주민 간, 해군기지와 주민 간 갈등 해소 등을 통한 공동체 회복도 점차 풀어야 할 과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