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개 학대 영상 ‘구포 개시장’ 상생방안 찾을까

등록 2017-12-19 16:37수정 2017-12-19 17:34

지난 8월 개 학대 동영상 유튜브 유포 뒤
동물보호단체 항의 시위로 손님 절반 줄어
업주들 “적절한 보상 있으면 업종 전환”
지자체, 티에프 꾸려 상인들과 협상 준비

부산 구포시장 안 개시장의 우리 안에 있는 개들이 행인을 쳐다보고 있다.
부산 구포시장 안 개시장의 우리 안에 있는 개들이 행인을 쳐다보고 있다.
“개고기 사러 오셨는교? 여기로 오이소.”

19일 오전 11시께 부산 북구 구포시장 안의 이른바 ‘구포 개시장’에 들어서니 일부 식용 개 판매업소 상인들이 가게 앞에서 손님의 발길을 붙잡으려 호객행위를 했다. 가게마다 들머리에 설치한 사각형 우리엔 개들이 졸고 있거나 행인들을 물끄러미 보았다. 손님이 없는 가게의 주인과 종업원들은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길목 좋은 곳에 있는 식용 개 판매업소에선 손님들이 죽은 개의 특정 부위를 사고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왜 사진을 찍습니꺼!”

개시장 모습을 카메라로 찍자 뒤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불렀다. 식용 개 판매업소 종업원이라고 밝힌 그는 화난 얼굴로 “동물보호단체에서 항의시위를 한 뒤로 손님이 뚝 끊겼다. 언론이 일방적으로 보도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포 개시장은 60여년 전에 영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살아있는 개를 주로 매매했으나 점차 개를 직접 죽여서 식용으로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때 60여곳이 장사를 하다가 개고기 먹는 인구가 줄면서 하나둘 문을 닫아 지금은 16곳만이 개고기를 팔고 있다.

구포 개시장은 동물보호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식용 개 판매업소의 한 직원이 우리를 탈출한 개의 목에 밧줄을 걸어서 질질 끌고 가는 동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동물보호단체와 애견가들이 주말마다 항의시위를 벌이다가 얼마 전 시위를 일시 중단했다. 동물보호단체의 항의시위가 계속되면서 식용 개 판매업소들은 울상이다. 한 판매업소 직원은 “9월부터 동물보호단체에서 주말마다 시위를 벌여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동물보호단체가 오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그냥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구청과 경찰에 동물을 학대한다는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개를 우리에 종일 가두거나 도살하는 것은 동물보호법의 동물 학대죄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식용을 위해 개를 죽이더라도 처벌을 할 수가 없다. 가축을 도살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개는 가축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동물학대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용 개 판매업소 주인과 직원의 견해는 온도 차가 있다. 업주들은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업종을 바꾸겠다는 태도다. 이와 달리 종업원들은 실직을 우려하고 있다. 한 종업원은 “현재 구포 개시장에는 30여명의 종업원이 있다. 업주들이야 보상받고 다른 장사를 하면 되지만 우리는 일터를 잃게 된다. 업종을 전환할 때 종업원 일자리 보장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구포시장 안 구포 개시장. 지난 8월 이곳에서 탈출한 개를 끌고가는 동영상이 유포된 뒤부터 손님이 줄고 있다.
부산 구포시장 안 구포 개시장. 지난 8월 이곳에서 탈출한 개를 끌고가는 동영상이 유포된 뒤부터 손님이 줄고 있다.
북구는 식용 개 판매업소들의 업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9월 직원 16명으로 꾸려진 티에프팀을 꾸렸지만 아직 상인들과 공식 협상을 하지 못했다. 상인들이 업종 전환 조건으로 점포당 많게는 10억원의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도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식용 개 판매업주들로부터 업종 전환 동의서를 받았다. 부산시와 북구, 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티에프팀을 만들어 식용 개 판매업소들의 업종 전환 유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상인들이 업종 전환에 동의했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보상비로 지원할 재정 확보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구는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자치단체 형편을 고려해 국비 지원을 바라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 전례가 없는 데다 특정업종에 보상하면 다른 업종도 형평성을 내세워 요구할 가능성 때문이다.

박용순 구포시장 가축지회장은 “국민이 국가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 생존 위협을 받는 상인을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포역과 구포시장을 묶는 도시재생을 하면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상인들에게 생계대책 없이 무조건 폐업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사업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행정기관·정치권과 협의해서 상생방안을 최대한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