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타워크레인 사고가 일어난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 아파트 공사현장. 이 사고로 50대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지고 함께 일하던 3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동원물류 유통센터 신축 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뒤 9일 만에 경기 평택시 지에스(GS)건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전문가들은 ‘일어나선 안 될 사고’의 배경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설현장의 기수’에서 ‘하늘의 지옥’으로 전락한 타워크레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하루 시한부 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19일 경찰이 공개한 평택시 칠원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사고 영상을 보면, 타워크레인 키 높이기 과정(인상작업)에서 쓰이는 작업틀(텔레스코핑 게이지)을 떠받치고 있던 ‘슈’ 부위가 외부충격이 없는데도 부러진 듯 빠지면서 작업틀이 3m가량 수직으로 내려앉았다. 이어 크레인의 팔 구실을 하는 ‘지브’가 완전히 꺾여 마스트(타워크레인의 기둥)와 충돌하고 노동자 1명이 추락한다.
한 타워크레인 업체의 기술연구 담당자는 “슈 부위가 떨어져 나가며 이처럼 수직으로 주저앉는 사고는 잦지 않다. 부품 결함인지 조립 부실인지를 정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협동조합) 이사장도 “이탈방지 핀이 제대로 끼워져 있었다면 수직으로 내려앉아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대책을 갖춘 뒤 작업을 했다면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사고로 숨진 정아무개(52)씨의 빈소를 찾은 동료 노동자들은 “(정씨의 안부 인사는) 항상 ‘조심히 일해라. 죽지 마라’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인력 정책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13년 전후 국내 타워크레인이 3천여대였고 설치·해체 인력을 600여명으로 추산했다. 크레인 등록 대수가 6천대가 넘어선 현재도 인력은 거의 변함이 없다고 한다. 정회운 전국타워크레인 설·해체 노조위원장은 “타워크레인 설·해체 자격증 도입과 관련해 필요한 예산이 하나도 편성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상길 협동조합 이사장도 “전 세계 타워크레인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데도 설·해체 전문 인력 양성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 고난도 작업을 수행할 인력 부족으로 사고가 멎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고 때마다 ‘땜질식 처방’ 마련보다 사고의 원인과 배경 등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평택경찰서는 이날 지에스건설 현장 관리자와 타워크레인 관련 업체 ㄷ사 관계자 등을 불러 부품 결함과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사고 현장에 있던 이아무개(48)씨 등 4명을 상대로 사고당시 상황과 기계 특이점 등을 파악하고 있으며, 크레인 검사 과정의 이상 여부도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은 2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과 현장 정밀감식을 할 계획이다.
평택/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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