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소와 여행사 등을 운영하며 수천억원을 불법 송금한 중국인과 네팔인 등 이른바 환치기 조직이 경찰이 붙잡혔다. <한겨레> 자료 사진
환전소 등을 운영하며 2800억원을 ‘환치기’한 중국·네팔인 이주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환치기는 통화가 서로 다른 나라에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에 이뤄지는 불법 외환거래다. 수수료 차익을 보기 위해서나 범죄와 관련한 자금을 옮길 때 주로 이뤄진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국 동포 손아무개(29)씨와 전아무개(47)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중국인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슬람식 불법 외환거래 수단을 동원해 100억원대 환치기를 한 등 네팔인 12명과 한국인 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손씨는 2013년 4월부터 서울 영등포구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며 최근까지 6만2천여차례에 걸쳐 2631억원 상당을 ‘환치기’해 중국 등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 명의의 한·중 양국 금융계좌를 모두 갖고 있던 그는 중국 공인인증시스템을 쓰면 한국 내에서 중국 계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한국 계좌로 송금받은 돈을 중국 계좌로 옮겨 현지로 보냈다.
손씨가 의뢰받은 돈은 대부분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었으나, 지난해 3월에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의뢰로 2억5천만원이 송금된 정황도 포착됐다.
손씨와 함께 구속된 전씨는 2013년 5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수원시에 여행사를 겸한 환전소를 차려놓고 비슷한 수법으로 2800여 차례에 걸쳐 건당 1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69억여원을 중국으로 보낸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한국 화장품을 중국 현지로 밀수출해 이득을 보기도 했다.
붙잡힌 네팔인 등은 2015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원시에 네팔 음식점을 차려놓고 110억여원을 ‘하왈라’를 이용해 네팔로 불법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왈라는 ‘신뢰’라는 뜻의 아랍어로, 전 세계적으로 조직망을 가진 아랍권의 불법 송금시스템을 일컫는다. 접근성이 높고 거래속도도 빨라 네팔 이주민 사회에서는 실질적인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도 쉬워 범죄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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