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낮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을 찾은 시민이 영정사진 앞에 헌화하고 있다. 제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어달라.”
29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친 충북 제천 화재 참사 유족들은 소방당국의 초동대처와 구조문제 등을 무섭게 비판하면서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마음을 열었다.
유족 대표단은 23일 저녁 합동 감식팀의 현장 감식을 참관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2층에 들어가 보고 울화통이 치밀었다. 20명이 숨진 2층은 깨끗했다. (소방관이) 불길 때문에 유리창 못 깬다고 했는데 불에 탄 게 없었다. 유리문만 깼다면 살 수 있었다. 초기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고 격앙됐다. 다른 유족은 “화재 진압, 에어 매트를 깔아 구조하려는 사이 2층 사람들 구조할 시간을 놓쳤다”며 경찰의 초동조처와 구조 실패 등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판 너머를 제시했다. 한 유족은 “진압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했다. 초기에 골든타임을 놓쳤다. 장비·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도 “소방관, 경찰 정말 고생한 분 많다. 그분들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훌륭한 매뉴얼을 만들어 안전하고 사람 사는 대한민국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차분한 장례 진행도 화제다. 유족들은 사건 이튿날 대부분 장례 일정을 정했다. 박인용 제천부시장은 “장례 관련 유족들의 협조가 너무 고맙다. 엄청난 충격으로 격앙됐을 텐데 모두 차분하게 대응해 줬다”고 말했다. 박 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 등의 진심 어린 위로, 국민의 애도 등이 힘이 됐다.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마음을 열어 준 유족들의 뜻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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