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문을 연 전남 곡성의 작은영화관 로비에서 대기 중인 관객들곡성작은영화관 제공
“긴가민가 했는디 참말이네. 도시하고 하나도 안 다르구만~~”
성탄절에 맞춰 개관한 전남 곡성의 작은영화관을 보고 주민들이 깜짝 반색했다. 30년 만에 찾아온 영화관의 편안한 시설과 저렴한 요금에 다들 놀라워했다. 개관 직후 이틀 만에 아이들과 젊은이, 학부모와 어르신 등 500여명이 몰려들어 성업을 예고했다.
전남도는 성탄이 임박한 지난 22일 곡성군 곡성읍 중앙로에 지상 1층, 연면적 441㎡ 규모로 곡성 작은영화관(gokseong.scinema.org)을 열었다. 개관 때는 영화 ‘곡성’에서 읍내 파출소장으로 열연했던 배우 김기천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도는 12억5000만원을 들여 곡성군민회관 옆에 새 영화관을 짓고, 그림과 글씨를 아우른 앙증맞은 간판을 달았다. 이 영화관은 62석과 33석 등 2개 상영관을 갖추고,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6차례씩 영화를 돌린다. 팝콘을 파는 가게와 대기하는 휴게공간을 따로 두었다.
곡성에는 80년대까지 중앙극장과 곡성극장 등 영화관 2곳이 있었으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영화를 보려면 광주시내 극장까지 왕복하는데 2시간 이상을 들여야 했다.
영화관은 한창 흥행 중인 하정우와 차태현 주연의 ‘신과 함께:죄와 벌’을 비롯해 ‘강철비’,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 ‘1987’, ‘극장판 포켓몬스터’, ‘위대한 쇼맨’ 등을 개관 작품으로 걸었다. 관람료는 내년 1월31일까지 5000원을 받는다. 이후에는 성인 6000원으로 오르지만, 어르신·어린이·청소년은 그대로 5000원을 유지한다.
지난 22일 열린 전남 곡성의 작은영화관 개관식에는 유근기 군수와 이만수 의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곡성군청 제공
김호근 관장은 “24일 하루에만 250명이 들어 기대치를 넘겼다. 입소문이 나면 군민 3만명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매주 흥행 상위권 위주로 영화를 선정해 주민들한테 기쁨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남도는 2015년부터 장흥 고흥 진도 완도 등 4곳에 작은영화관을 열었다. 장흥과 고흥은 2~3년 만에 관람객 11만~15만명을 돌파했고, 진도와 완도는 다달이 5000~6000명이 영화를 즐기고 있다. 내년에는 화순과 보성, 강진 등지에도 개관할 예정이다. 유영관 도 문화산업디자인과장은 “작은영화관이 이웃과 가족이 서로 소통하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관이 없는 7개 군도 서둘러 영화관을 운영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