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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욕탕도 10곳 중 1곳 비상구 막혀 있다

등록 2018-01-02 17:24수정 2018-01-02 20:34

시, 319곳 전수조사 결과 12%가 장애물에 막혀
닿지 않는 소화전·열리지 않는 보안문도 여러곳
“남탕보다 여탕, 소형보다 대형탕이 소방관리 소홀”
지난 12월22~28일 서울시 긴급소방점검에서 단속된 한 찜질방의 모습. 비상구로 가는 통로에 벽을 설치해 수건이나 옷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12월22~28일 서울시 긴급소방점검에서 단속된 한 찜질방의 모습. 비상구로 가는 통로에 벽을 설치해 수건이나 옷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12월26일 서울 강북의 한 목욕탕, 설계도면을 보고 비상구 통로를 찾던 소방관의 발길이 막혔다. 불이 났을 때 탈의실에서 밖으로 나가야 할 비상구 통로를 사람 키를 넘는 합판으로 막아 창고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상구로 나가는 방화문은 아예 떼어져 있었다. 강남의 다른 사우나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아예 뒤편에 비상구 통로가 있다는 것을 짐작도 할 수 없도록 벽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다.

서울시가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뒤인 지난 12월22~28일 7일 동안 72개 반 144명을 투입해 서울시내 찜질방과 목욕탕 319곳 모두를 불시 점검했더니 그중 38곳(11.9%)이 비상구 통로를 장애물이나 벽으로 막아 불이 나도 대피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제천 화재 참사 때 건물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 통로가 물건을 둔 선반 등으로 막혀 인명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목욕탕 7곳은 목욕탕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깥쪽으로 열리는 방화문에 다시 당겨서 여는 덧문을 달고 있었는데 이럴 경우 불이 나서 출입구로 사람들이 몰리면 문을 열 수 없어 인명피해가 커지게 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번 조사에서 목욕탕 7곳은 목욕탕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깥쪽으로 열리는 방화문에 다시 당겨서 여는 덧문을 달고 있었는데 이럴 경우 불이 나서 출입구로 사람들이 몰리면 문을 열 수 없어 인명피해가 커지게 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불길이 다른 곳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하는 방화문이 화재 때 사람들을 가두는 문이 될 위험도 지적됐다. 불이 나서 사람들이 출입구로 몰리면 안쪽으로는 문을 열기 어렵기 때문에 방화문은 반드시 바깥쪽으로 열리게 돼 있다. 당겨서 열 수밖에 없는 덧문을 방화문에 다는 것도 소방법에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목욕탕 7곳은 목욕탕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문에 덧문을 달았다. 비상구가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엔 보안카드로 여는 보안문도 화재감지기가 울리면 수동으로 열려야 하는데, 열리지 않는 문이 여러 곳이었다. 준공허가 뒤 아예 목욕탕 구조를 고쳐 비상구를 찾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곳도 5곳이나 됐다. 한 목욕탕은 남탕으로 허가받은 공간에 수면실과 직원 휴게실을 불법 증축했다. 이 경우 수면실엔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설이 아예 없으며, 불이 나도 탕을 지나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예방과 박성윤 소방위는 “제천 화재사고 때 비상구 통로가 목욕물품 선반으로 막혀 2층 여성사우나에서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 서울 목욕탕 조사에서도 비상구 통로가 확보되지 않는 밀폐된 구조가 많았다”고 했다.

소화기나 화재감지기를 아예 쓸 수 없도록 한 경우도 많았다. 소화전 앞에 물건이 가득한 한 찜질방의 모습.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소화기나 화재감지기를 아예 쓸 수 없도록 한 경우도 많았다. 소화전 앞에 물건이 가득한 한 찜질방의 모습.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번 불시 점검에선 120곳 목욕탕에서 330건의 위법사항이 밝혀져 시설 복구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비상구 통로를 막은 경우 외에 소화전, 화재감지기가 가려져 있거나 유도등, 스프링클러가 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현장 점검을 진행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소방특별조사반 김경완 소방위는 “특히 여성사우나는 주인이 남성인 경우 직접 점검하기보다 세신사나 표 받는 사람에게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아 관리 사각지대”라며 “여탕이 남탕보다, 관리비가 많이 드는 대형 사우나가 소형보다 안전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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