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물러나게 될 조성제 회장 뒤를 이를 차기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뽑는 선거를 싸고 지역 상공계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현 회장단과 전직 회장들이 합의 추대에 나서고 있다.
3일 부산상공계의 말을 종합하면 조성제 회장의 임기가 3월18일 끝남에 따라 임기 3년의 23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에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김성태(69) 코르웰 회장, 장인화(56) 동일철강 회장, 허용도(69) 태웅 회장 등 3명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캠프까지 꾸렸던 박수관(67) 와이씨텍 회장은 지난달 1일 “특정 후보가 영호남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상공계의 단합과 흑색선전을 중단해야 하고 현재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은 상공계의 분열에 책임이 있는 만큼 동반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했다. 선거전은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의 회장 선거는 간접선거다. 4800여개의 회원사 가운데 최근 3년치 회비(매출 100억원 이상은 연간 최대 8000만원, 매출 100억원 미만은 연간 50만원)를 낸 회원사가 납부한 회비에 비례해 1~30표씩 투표해서 선출한 의원 120명(당연직 포함)이 임시총회를 열어 회장을 뽑는다.
따라서 회장에 당선되려면 지지하는 의원을 많이 당선시켜야 한다. 회장을 서로 하려고 하면 의원선거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의원선거에서 경선이 벌어지면 투표 절차가 복잡해지고 선거 후유증이 우려된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의원선거에서 경선은 한 차례도 없었다. 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인물들이 물밑에서 사전에 조율해 의원을 내정했다. 다만 회장 선거에선 경선이 여러 차례 있었다. 선출된 의원들 가운데 누구나 회장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현 회장 등이 의원선거의 경선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 회장단 23명 가운데 20명은 3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만나 23대 회장을 합의 추대하고 구체적인 추대방식은 조 회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앞서 조 회장과 강병중·김성철·송규정·신정택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만나 23대 회장 합의 추대에 합의했다.
23대 의원선거는 3월9일 예정돼 있다. 이날 선출된 120명의 의원이 3월16일까지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부산상의 회장을 합의 추대하려면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성사돼야 한다. 다음달 중순부터 의원선거 일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유력 후보 3명을 만나서 어떻게 원만하게 합의를 끌어낼 것인지가 관심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큰 부작용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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