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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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학기부터 부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1번과 같은 사지선다 객관식 시험이 없어지고 2번처럼 서술형 위주의 시험만 치른다. 전국 시·도교육청 단위 초·중·고교 가운데 모든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는 것은 부산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22곳의 객관식 시험을 새해 시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은 4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새해 초등학교 305곳에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고 주관식 시험도 서술형 위주로 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문제풀이와 주입·암기식 교육방법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라고 김 교육감은 설명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학력수준을 평가할 때 수행평가는 약 70%, 지필평가는 약 30%를 반영하고 있다. 지필평가는 객관식(30~40%)과 주관식(40~60%)으로 치러지고 주관식은 단답형이 약 80%, 서술형이 약 20%를 차지한다. 새해 부산의 초등학교는 지필평가 채점방식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객관식과 주관식 점수를 합산해 일정 기준에 따라 도달, 미도달 등으로 표기했지만 앞으로는 오답 처리를 하거나 점수를 매기지 않고 틀린 이유 등을 교사가 기록한다. 학부모가 자녀의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교사가 서술형으로 적어서 학부모에게 평가서를 보낸다. 부산시교육청은 “초등학생이 사실상 시험 부담에서 해방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면 교사 부담이 늘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일일이 서술형 답안지를 고쳐주고 보완할 내용을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과 달리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2학기 시범 초등학교 20곳에서 객관식 시험을 폐지했는데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ㅅ초등학교의 경우 “수업의 질이 향상됐느냐”는 질문에 교사 31명 가운데 30명이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다. 김세희 호암초등학교 교사(부장)는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의외로 교사들이 객관식 시험 폐지에 찬성했다. 아이들도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고 아이들이 어떻게 틀렸는지를 알게 돼서 학부모들에게 맞춤형 처방을 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ㅇ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100명 가운데 98명이 사지선다형보다 서술형이 학생들의 논리력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교육청의 실험이 타 시·도는 물론 중·고교까지 이어져야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초등학생 때 서술형 시험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는 훈련를 하더라도 중·고교 때 수능을 준비하며 다시 객관식 문제풀이를 한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수능이 아이비(IB·국제 바칼로레아 시험) 형식으로 개선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서술형이라도 정해진 답안을 외워 그대로 적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객관식이나 다름없다”며 “교사들이 명확한 철학과 기준을 갖고 정답이 정해져 있는 또다른 객관식 시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교육학과)는 “학습이 부진한 학생이나 학교 적응이 느린 학생들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개별적 보충학습의 기회를 주는 등 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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