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작가의 1943년작 <자화상>. 창원시립 마산문신미술관 제공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화가 겸 조각가 문신(1922~1995) 작가의 회고록 <돌아본 그 시절>이 출간됐다.
창원시립 마산문신미술관은 8일 “문신 선생이 한국으로 돌아와 마산에 정착한 직후인 1981년 <경남신문>에 25차례 연재했던 회고글을 모아 책으로 냈다”고 밝혔다. 회고록은 1938년 16살 때 부산에서 부관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밀항하던 때까지 유년기 추억을 담고 있다.
문 작가는 1922년 1월16일 일본 규슈 사가현 탄광지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탄광 노역자였고, 어머니는 일본인이었다. 아버지는 안창남처럼 훌륭한 비행기 조종사가 되라는 뜻으로 아들 이름을 ‘문안신’으로 지었다. 작가는 훗날 미술가가 되어 ‘안’자를 빼고 ‘문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작가는 다섯살 때 처음 한국으로 와서, 마산에 살던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성호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상점·극장 등의 간판 그리는 일을 하며, 렘브란트·세잔·고갱·고흐의 그림을 통해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만주가 미국 텍사스처럼 개발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만주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림을 잘 그리는데, 차라리 일본에 가서 고학해서라도 미술학교에 다니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초등학교 친구의 제안을 받고,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일본으로 밀항했다.
일본 도쿄에선 구두닦이 등을 하며 본격적으로 미술공부를 시작해 일본 미술학교 양화과를 졸업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귀국한 그는 개인전을 여는 등 작가로 활동하다,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가 65년 귀국할 때까지 추상화 창작에 몰두했다. 그는 68년 또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추상조각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80년 영구귀국해 마산에 정착했다.
작가는 숨지기 1년 전인 1994년 문신미술관을 열었고,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작가의 유언에 따라 부인 최성숙 화백(창원시립 마산문신미술관 명예관장)이 2003년 미술관을 창원시(옛 마산시)에 기증했다. 미술관은 조각 133점, 석고원형 114점, 유화 21점, 채화 129점, 소묘 2236점, 판화 2점, 도자기 2점 등 문 작가의 작품 2637점과 관련 자료 1347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효진 창원시립 마산문신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문 작가가 남긴 친필원고 수백점이 남아있는데, 이번 회고록 발간이 원고 정리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회고록은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055)225-7181.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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