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2005년 대한민국 인삼·약초 대전’이 열려 한국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들이 110년 된 산삼을 현장경매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10년 묵은 산삼 경매…주인 못만나
집 한채 값과 맞먹는 토종 산삼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한국산삼감정협회가 25일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개최한 산삼 경매행사에서 110년 묵은 산삼이 선을 보였다. 이 산삼은 110년짜리 모삼과 100년근, 90년근, 85년근 등 모두 6뿌리로 구성된 가족삼으로, 감정가격만 무려 1억2500만원에 이른다.
이 산삼을 캔 주인공은 심마니 경력 20년의 임동진(48)씨로 지난달 초 전북 장수의 지리산 자락을 헤매다 ‘진객’을 발견했다. 그는 돌무더기 틈새로 자란 산삼 6뿌리를 조금이라도 다칠세라 사흘에 걸쳐 혼신을 다해 캤다. “첫 눈에 귀한 삼이라고 직감했다”는 그는 산삼을 캐기 전날 밤 팔순의 노모가 불 속을 뚫고 돼지가 가슴팍으로 뛰어드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나무함을 연 뒤 푸른 이끼 이불을 걷어 산삼이 자태를 드러내자 경매장에 운집한 70여명의 참석자들의 입에선 일제히 “와”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협회 감정위원은 “짙은 색상의 모삼과 그보다 밝은 빛의 다른 삼을 보면 모삼에서 씨앗이 떨어져 자손이 퍼진 가족삼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여간해선 보기 힘든 진귀한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1억2500만원을 시초가로 경매가 시작됐지만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산삼을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산삼감정협회 관계자는 “경매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산삼을 사지 않으려는 사람들 성향 탓에 산삼 경매의 낙찰률은 낮다”며 “경매에서 눈도장을 찍었다가 나중에 사가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산삼 주인 임씨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삼이니 정말 병약해서 효험을 볼만한 분이 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110년근 산삼 이외에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80년 된 산삼 등 토종 산삼 14세트와 120년 된 산도라지, 흰 머리를 까맣게 만든다는 150년 된 적하수오 등이 경매에 나왔다. 이 가운데 50~60년 된 산삼이 3500만원에 팔렸고, 35~40년 된 산삼은 1500만원, 25년으로 추정되는 산삼은 350만원에 각각 팔렸다. 이날 유찰된 산삼과 약초들은 ‘대한민국 인삼·약초대전’이 열리는 28일까지 다시 경매에 부쳐져 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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