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동에서 정신질환 상담이 크게 늘면서 지역차원의 정신건강 돌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다. 사진은 구로구정신보건센터 이동상담소에서 정신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사람들 구로정신보건센터 제공
지난 여름 구로정신건강복지센터 김민경 간호사는 서울 구로동 한 가정집 문을 오래 두드렸다. 치매에 강박증까지 있었던 ㄱ할머니(78)는 더운 날씨에도 도둑이 들까봐 창문까지 모두 잠그고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ㄱ할머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냉장고엔 동네 주민센터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준 반찬들 대신 가방과 옷, 신발만 가득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할머니 동생이 주민센터를 찾아가 하소연하면서 ㄱ할머니는 지금은 치매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 이동복지주민기관인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 시행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0월 서울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은 3112명중 1283명이 찾동에서 정신적 문제를 상담하다가 센터로 왔다. 1283명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숫자로, 실제 상담한 사람들은 이보다 몇배일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대상자 상당수가 정신건강 위기계층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파키슨병에 걸린 남편을 오랫동안 간호해온 ㄴ할머니는 찾동에서 남편 문제를 상담하다 자신도 우울증 검사를 받았다. ㄴ할머니는 “끈만 보면 저걸로 나도 죽고 남편도 죽일 수 없을까 궁리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서울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1943명, 자살고위험군으로 위기관리에 들어간 사람은 421명이다. 산후우울증을 앓던 여성들과 취업에 실패한 뒤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청년 등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왜 병원을 찾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우울증에 걸려 집안에만 있는 31살 아들을 대신해 상담을 받은 ㄷ씨는 간호사에게 “병원에 가면 기록이 남아 아들 앞길을 막는다고 들었다. 대신 굿을 여러번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복지센터에서 이야기하면 정말 기록이 남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구로센터 경우 50대 남자들은 대부분 바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오지 않고 주민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보다가 검사를 받고, 우울증 진단이 나온 뒤에야 병원이나 센터로 온다고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치료사실 자체를 숨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찾동은 문턱을 낮추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수요는 급증하는데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절대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찾동 상담 사례를 연구한 ‘공공사례관리 시행에 따른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61개동 복지담당자들 중 13.1%가 “찾동에서 정신질환 돌봄이 필요다”고 답했는데, 개별 인터뷰에선 “1개 복지센터에서 1명이 1개 질환 전부를 담당하거나 1인당 80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사례도 있는 등 인력이 많지 않아 연계가 어렵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찾동을 24개구 402개동으로 확대하면서 복지플래너, 방문간호사 등 신규 인력 282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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