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인 김항곤 경북 성주군수(67·사진)가 6월13일 치러지는 제7회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성주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이후 아직도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김 군수는 18일 성주군청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잔에 물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어느 정도 남겨놓고 물을 채우는 여백의 미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후배가 큰 뜻을 품는데 선배가 조금 인기 좋다고 후배들의 길을 막을 생각은 없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길이 진정한 길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군수는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며 선거 때마다 끊이질 않는 문중 사이의 갈등도 언급했다. 그는 “선거로 인한 우리 지역민의 갈등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선이 시작된 지가 벌써 25년이 지났다. 특히 우리 성주는 특정 문중 간의 갈등 때문에 수십년 반목의 세월을 가져왔다. 저는 그게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또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행정 쪽에 경험한 후보가 몇분 계시니까 그분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서 우리 지역의 앞날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현재 성주군수 출마 예정자로는 공무원 출신인 이병환 전 경북도의회 사무처장과 전화식 전 성주부군수가 거론된다. 또 정치인 출신으로는 정영길 경북도의원과 김지수 전 경북도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이 중 이병환 전 경북도의회 사무처장은 성산 이씨, 김지수 전 경북도의원은 김해 김씨다.
지금까지 성주군수는 김해 김씨와 성산 이씨가 두번씩 번갈아가며 해왔다. 제1회 지방선거와 제2회 지방선거에서는 김해 김씨인 김건영 군수가 당선됐다. 하지만 제3회 지방선거와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성산 이씨인 이창우 군수가 당선됐다. 제5회 지방선거와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다시 김해 김씨인 김항곤 군수가 당선됐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성주군청 건너편 주차장에서 열린 504회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성주의 이런 선거 풍토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해 김씨 문중이 어떻고 성산 이씨 문중이 어떻고 아직도 이런 짓을 하고 있다. 성주군수 선거는 종친회장 뽑는 것이 아니라 성주군수를 뽑는 것이다. 군수 선거 나가는 후보들은 ‘우리 종친이 어쩌고 저쩌고’할게 아니라 군민들 앞에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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