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 산불감시원 채용을 담당한 공무원이 이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로 부정 청탁을 저질렀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남시는 즉시 자체 감사에 들어갔으며, 경찰도 내사에 착수했다.
경기도 하남시의 산불감시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청탁에 의한 비리가 있었다는 시 내부 직원의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하남시의 말을 종합하면, 시는 지난 9일 산불감시원 채용공고를 낸 뒤 61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20점), 체력시험(30점), 면접(50점)을 거쳐 19일 30명에게 합격자 통보를 했다. 선발된 산불감시원은 봄철(2.1∼5.15)과 가을철(11.1∼12.15) 5개월 동안 주 5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6만5440원의 일급을 받는 기간제 노동자다.
그러나 이번 산불감시원 채용을 총괄한 시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22일 실명으로 시청 행정망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난 17일 진행된 산불감시원 채용 시험이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검정 과정에서도 조작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과장님과 팀장님으로부터 합격시켜야 할 사람의 이름이 적힌 쪽지 등으로 23명의 명단을 받았고 채용 인원 30명 중 23명을 합격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주무관은 “과장님과 팀장님도 누군가로부터 청탁을 받았을 것이고 이를 거절하면 과장님과 팀장님은 물론 저에게까지 오게 될 불이익이 두려워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 시험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 다음 이 자리에 오게 될 공무원이 다시 이런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잘못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산불감시원 채용 과정에 이런 부정 청탁이 관행처럼 이뤄졌다고도 밝혔다.
시는 곧바로 감사에 착수해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실을 파악 중이며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된 합격자는 합격을 취소하고 재선발하는 등 조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이번 채용 비리 폭로에 따라 내사에 들어갔다.
한편, 산불감시원은 만 18살 이상 시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업무가 산불 예방과 감시로 비교적 어렵지 않아 중·장년층의 선호가 높다. 이번 채용에도 선발 인원의 2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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