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주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대한민국 비전회의에서 연설하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4일 제주에서 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의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이번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붙여서 정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 공개적으로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장관은 또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해 “지방분권이 되면 지방정부간의 연대의무(공동세)도 못박아야 한다. 지방정부들 사이에서 서로 도와주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내년쯤 세종시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전회의 발제문 중에 “지역 균형 발전을 완성하려면 개헌을 통해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수도 이전이든 행정수도 이전이든 이번에 이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서 정리하면 좋겠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때 <경국대전>까지 인용했지만, 결국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치라는 것 아닌가. 이번에 국민투표를 통해 이 논란을 정리하면 좋겠다. 나도 세종시에 일주일에 한번은 가는데, 가보면 어수선해서 이대로 안 되겠다 싶다. 공무원들이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서울로 가고 차 안에서 시간 다 보내는데,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개헌안에 포함하지 않고 국민투표로 한다는 이야기인가?
“나는 이번에 헌법 개정을 할 때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따로 국민투표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방선거나 개헌과 안건을 달리해서 투표하면 된다. 스위스를 보면, 지난번 기초생활비 주는 것 같은 중요한 사안을 토론하고 국민투표에 붙이지 않나? 우리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민투표만으로는 수도 이전이 안 되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수도 이전을 하기 위해 개헌을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당시 헌재의 결정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서 결정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과 관련해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므로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서는 성문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은 법률로서 관습헌법 사항인 수도를 이전하려 한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최상철, 이석연 등 청구인들이 헌법소원을 낸 취지는 수도 이전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한발 더 나아가 수도는 헌법 사항이므로 이를 옮기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24일 제주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발언하는 김부겸 장관.
-법률 개정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서울에 남는 6개 부처에서 빠졌다. 행정안전부는 언제 세종시로 옮기나?
“우리는 1월 말 이후에 기관 이전 고시가 되면 그 다음에 옮길 수 있다. 고시되면 이전 일정을 밝혀서 공무원들이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말고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경찰청이 입지를 옮겨야 한다. 해당 부처들을 함께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작년에 2년쯤 걸린다고 하지 않았나.”
-해경은 인천으로 옮기나?
“의견을 수렴했는데 그게 순리라고 본다. 세종시에서는 반대하더라. 정부청사의 입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큰 그림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달라진다. 거기서 오는 혼란이 있다.”
-행안부는 건물을 지어서 옮기나?
“건물을 지으려면 한 4년 걸리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다만 정부를 옮기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어서 조금 시간이 걸린다.”
-행안부를 옮기면 청와대가 정부서울청사로 오나?
“꼭 관계있는 것은 아니다. 별개 문제다.”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데, 지방분권 관련해서 꼭 포함돼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지방정부가 국민의 삶에서 1차적인 책임을 진다는 내용은 못을 박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재정권, 입법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업무도 정해야 한다. 지방자치와 분권이 되면 지방정부간의 연대의무도 못박아야 한다. 이득이 많은 쪽이 어려운 쪽을 도와야 한다. 독일은 부유한 주가 가난한 주를 도와주는 구조다. 지방분권을 했는데, 지방정부별로 이기심을 내세우면 큰 일 난다.”
-그런 지원을 국세나 교부세로 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 부분을 그냥 지방정부에 맡겨놓으면 안 된다. 헌법 차원에서 못박아야 한다. 지방분권이 중앙과 지방간의 수직적 분권과 지방정부간의 수평적 분권이 있는데, 수평적 분권이 균형발전이다. 그게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존에 중앙정부가 교부세로 메워주던 것 대신에 지방정부들 사이에서 서로 도와주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내용을 헌법에 포함해야 한다. 그래서 10년 뒤에 어떤 선동가가 나와서 “여러분의 귀한 세금이 다른 지역에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게 공동세 아닌가?
“공동세에 대한 입장이 부처나 학자들에 따라서 다르다. 다만 지역간 소득 편차가 심한 경우엔 그것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성문헌법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제주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발언하는 김부겸 장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한을 주는 것은 정부 안에서는 충분히 합의됐나?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이번 토론회 같은 데서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할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분권에서 제일 고민은 지방에서 먹고살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소멸하는 지역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우리보다 일본 경우를 봐도 지방분권 하면서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만 이익 생기고 나머지는 더 가난해졌다.”
-지방의원에게도 보좌관을 두게 하는 문제는 어떻게 보나?
“광역의회에서는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공개 채용으로 투명하게 해야 한다. 의원이 개인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안 될 것 같다. 의원들이 아는 사람 아들 데려다놓고 그러면 안 된다.”
-대구시장 출마는 정말 안하나? 당에서 강하게 요구하면 따라야 하지 않나?
“내 개인적인 입장은 분명히 말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은데, 내가 꼭 나가야 한다는 근거는 뭔가? 헌법에 못박혀 있는 것도 아닌데, 당의 요구도 거부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지금 대구도 변화하고 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시 의회도 구성이 상당히 다양해질 것이다. 대구 시민들이 기대하는 인물도 다양하다. 지금은 퉁퉁한 놈이 자주 나와서 경상도 사투리도 쓰고 그러니까 지지하는 것뿐이다.(웃음) 좋은 후보가 많이 나올 것이다.”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인가?
“우리끼리 하는 말로 좀 사기꾼 기질이 있어야 한다.”(웃음)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가?(웃음)
“문 대통령은 없다. 그래서 아마 속으로 가슴앓이를 많이 할 것이다. 친구이자 선배의 성공과 좌절 보면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겠나.”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행정안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