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대빵아, 똑바로 일해.” 2011년 9월 늦은 밤, 서울지하철 본사에서 일하던 김정임(가명)씨에게 전화를 건 ㄴ팀장은 다짜고짜 여성 성기를 이르는 말을 쓰며 욕설을 퍼부었다. 무심히 스피커폰으로 받은 전화에서 쏟아지는 성적 표현을 함께 있던 김씨 남편과 8살, 11살 아이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ㄴ팀장은 평소에도 술만 마시면 여성직원들을 여성 성기를 뜻하는 ‘xx’라 불렀고, 새로 여직원이 들어오면 “xx가 또 하나 들어왔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7년전 성희롱 파문을 일으킨 ㄴ팀장을 최근 현장고위직으로 배치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서울지하철엔 성희롱 처벌 규정이 없어 회사는 ㄴ팀장에게 서울시 윤리규정을 적용해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ㄴ팀장은 중앙노동위원회에 항소해 감봉에 그쳤다. ㄴ팀장은 당시 “그런 말을 한 일이 없으며, 징계가 과하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ㄴ팀장은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한 센터장으로 발령받으면서 피해자인 김씨가 일하는 바로 옆 역으로 왔다. 센터장은 역 10개를 관리하며 양성평등교육·인사평가 등을 책임진다. 회사는 성희롱 가해자에게 현장 최고 관리직을 맡긴데다가 2차 피해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2012년 서울지하철은 김씨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 처벌 규정과 성희롱 고충담당 부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피해자 김씨 처지는 더욱 나빠졌다. 김씨는 “상사를 고발한 직원으로 찍혀 인사 때마다 여러 부서에서 거부당했고, 동료들은 ‘(본사 사무직 공채 1기인) ㄴ팀장은 언제고 돌아올 사람’이라며 나와 말도 섞길 두려워 했다”고 전했다. 최근 회사는 ㄴ센터장 인사에 항의하는 김씨에게 “발령을 취소할 수는 없으니 네가 다른 역으로 옮기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선 “회사는 피해근로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되며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에 대해선 피해 근로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김대훈 역무지부장은 “정부는 법개정을 계기로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공공기관장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서울교통공사는 양성평등과는 거리가 먼 인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회사가 부적격 인사를 철회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23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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