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부터 104일 동안 노숙을 하며 전국에 세워진 소녀상을 수채화로 담아내 전시회를 열고 있는 대학생 김세진씨가 29일 오전 성남시청에 전시된 소녀상 그림 앞에서 그동안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세워진 소녀상을 한자리에서 누구나 보고 느낄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온 나라 광장과 학교, 공공청사와 공원 등 74곳에 자리 잡은 위안부 피해 소녀상을 화폭에 담아 화제를 모았던 대학생 김세진(<한겨레> 2017년 8월16일치 14면)씨. 이번에는 자신이 그린 소녀상 수채화를 들고 전국을 돌며 전시회를 열고 있다.
‘소녀, 평화를 외치다’를 주제로 29일부터 2월4일까지 경기도 성남시청 2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지난달 1일 경기도 파주에서 시작해 전북 전주, 경남 거제에 이어 네 번째 열리는 전시회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인 김씨(휴학 중)는 지난해 5월15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그리면서 ‘평화의 소녀상 노숙 투어’에 나서 104일 동안 모두 74곳의 소녀상을 수채화로 담아냈다. “세워진 뜻과 이름은 같아도 지역마다 배경은 물론, 표정과 자세도 모두 달랐다”는 김씨는 소녀상의 표정과 배경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전국 74곳에 세워진 소녀상 그림을 수채화로 담아 전시회에 나선 대학생 김세진(왼쪽)씨와 위안부 문제 해결를 촉구하며 활동하고 있는 대학원생 한승훈씨가 29일 오전 성남시청에서 소녀상 그림 전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소녀상 농성 대학생 공동행동’ 회원으로 활동하는 김씨는 2016년부터 주말마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며 노숙농성을 했다. 그런 와중에 한 시민이 ‘전국에 소녀상이 몇 개 있는지 아시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한 일을 계기로 전국을 찾아다니며 소녀상 그림을 그렸다고 털어놨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국 소녀상 가운데 유일하게 등을 뒤로한 채 돌아서 있는 부천 소녀상과 일제강점기 경찰서가 있던 자리에 세운 전남 담양의 소녀상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김씨와 함께 활동하며 전시회를 열고 있는 한승훈(35·연세대 대학원생)씨는 “모두가 잊어선 안 될 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어 기쁘다. 많은 시민이 역사와 기록의 현장을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회 기간 김씨는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 작가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도슨트 타임’을 한다. 현재 전국에서 세운 소녀상은 99개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38명이다. 생존자는 현재 31명뿐이다.
성남/글·사진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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