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민중의소리> 제공
지난 2011년 12월1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저고리를 입은 120㎝ 높이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의 시민단체가 1992년부터 일본군의 성노예제 운영 공식 인정과 사과, 역사 교과서 수록 등을 촉구하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집회를 열었는데 1천번째를 기념해 시민들이 낸 성금 3700만원으로 소녀상을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의 10대 모습을 상징하는 소녀상은 처음에 ‘평화의 소녀상’으로 불렸다.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등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이후 부산 동구 초량동 주한 일본영사관 앞 등 현재 전국 74곳에 소녀상이 세워졌는데 소녀상의 이름은 ‘평화의 소녀상’으로 굳어졌다.
평화통일운동을 벌이는 부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30일 “평화의 소녀상 이름을 일본군 납치 피해 소녀상이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소녀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소녀상이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저질러진 일본군 성노예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피해 당사자들의 아픔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건립됐는데 평화의 소녀상이란 이름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역사적 조형물에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는 명칭을 붙여야 한다. 일본군에 납치되어 성노예로 유린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다치는 등 겨우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조형물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평화의 소녀라고 부를 수가 있느냐. 침략자 일본군대가 정의와 평화의 전쟁이라도 수행했느냐”고 주장했다.
리인수 부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성노예 자체를 계속 부인하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데 평화의 소녀상 이름에는 고발정신이 없고 분노도, 일본 정부에 사죄를 촉구하는 의미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