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국(가운데) <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과 편집위원들이 지난 2일 한 편집위원의 집에서 167호 발행을 위한 편집회의를 하고 있다. 두꺼비마을신문 제공
신문이 마을을, 마을이 신문을 살렸다.
아파트 공동체 청주 산남동에서 발행되는 <두꺼비마을신문> 이야기다. <두꺼비마을신문>은 지난 25일 167호를 발행했다. 2009년 1월15일 창간호부터 9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 신문과 마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1면 종합에서 16면 상가 지도에 이르기까지 16면 타블로이드 신문에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다. 청소년·주부 기자 등이 마을을 샅샅이 누비면서 마을·사람·학교·지역사회의 소식과 의견을 발굴하고 있다. 이 신문은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기금 등으로 다달이 두 차례 격주 5000~5500부 발행해 산남 두꺼비마을 아파트 7곳의 우편함에 빼곡히 꽂힌다. 아파트 상가, 법원·검찰청 등 법조 타운, 학교, 교육청, 언론기관은 물론 이 지역에 살지 않는 후원회원에겐 우편으로 배달한다.
지난해 10월 두꺼비마을에서 연 우리바람 문화축제 때 두꺼비 생태 터널에 전시된 <두꺼비마을신문> 창간호부터 160호. 두꺼비마을신문 제공
조현국(50) <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은 “우리 동네엔 종이신문 불황은 없어요. ‘조중동’은 게임이 안 되지요. 소소한 이야기에다 종이 매체의 감수성·향수·권위를 더해 나날이 인기다. 기사 누락 항의가 빗발치는 등 매체 영향력도 상당합니다”라고 자랑했다.
청주 산남 두꺼비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두꺼비 생태 터널에서 열린 축제에서 <두꺼비마을신문>전을 배경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 두꺼비마을신문 제공
신문은 마을 공동체 형성의 일등공신이다. 2003년 3월부터 시작된 산남3지구 개발로 탄생한 산남 아파트 마을에 ‘공동체’ 개념을 정착시킨 게 신문이다. 이광희(53·충북도의원) 초대 <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은 “아파트 마을 공동체 형성에는 화합을 위한 축제, 주민을 모으는 도서관, 소통 매체 마을신문 등 3대 요소가 필요한데, 신문은 두꺼비 서식지인 원흥이 방죽 보존을 매개로 주민을 공동체로 묶는 촉매 구실을 했다. <두꺼비마을신문>은 전국 마을 공동체의 본보기”라고 말했다. 실제 세종, 충주, 경기 동탄 등의 아파트 단지에서 마을신문 발행을 위해 산남 두꺼비마을을 찾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마을신문 발행을 위해 <두꺼비마을신문>을 찾은 충북 충주 연수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조현국(가운데) 편집장한테서 신문 제작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두꺼비마을신문 제공
신문이 곧 마을이기도 하다. <두꺼비마을신문>은 두꺼비 생태길, 샛별초 인조잔디 운동장 문제, 구룡산 트러스트와 생태보존을 주도해 마을을 아파트 숲속 생태마을로 자리잡게 했다.
<두꺼비마을신문>은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웃 마을 아파트 단지 7곳에서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우용곤 산남동장은 “<두꺼비마을신문>이 주민 사이의 소통 매체로 자리잡으면서 주변 마을에서도 신문을 요구해 본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이르면 2~3월께 추가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 발행을 맡은 두꺼비협동조합 박완희(46) 총괄이사는 “신문은 생태단체인 두꺼비친구들, 로컬푸드 직매장 두꺼비살림, 아파트협의회, 두꺼비생태공원, 행복교육공동체 등 마을의 조직과 사람을 유기적으로 잇는 플랫폼이다. 신문이 마을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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