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탐라국 입춘굿놀이에서 막푸다시를 하는 모습. 제주민예총
“올해 한 해도 아무런 탈 없이 풍요롭고 신명 나게 생활할 수 있기를 기원하나이다.”
새봄을 여는 2018 무술년 탐라국 입춘굿이 시작됐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제주도청 등 도내 주요 관청과 제주관문인 공항·항만 등을 돌며 한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춘경문굿’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제주도청 등의 관공서 앞에서는 신명나는 거리굿이 펼쳐졌다.
‘신명, 그 아름다운 하나 됨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입춘굿은 이날 오후 4시 제주시청 앞에서 농사 시연을 보이는 세경제와 제주시청~관덕정~원도심 일대~관덕정으로 돌아가는 입춘거리굿, 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액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사리살성’이 이어지고, 저녁 6시50분에는 관덕정 광장에서 기원의 불을 밝히는 춘등점화가 있다. 이어 저녁 7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제주큰굿보존회의 집전으로 ‘낭쉐코사’ 행사가 진행된다. 낭쉐코사는 입춘 전날 심방(무당)들이 모여 나무로 소 형상을 만들어 금줄을 친 뒤 고사를 지냈다는 입춘굿의 과거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3일에는 제주목관아의 칠설할망(할머니)으로 있는 칠성본풀이 속의 부군 칠성을 모신 관청굿(칠성굿)과 입춘휘호 쓰기를 비롯해 예전 제주의 노동과 놀이를 노래로 만든 ‘우리 할망넨 영 살앗수다’(우리 할머니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 노래공연 등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4일에는 입춘굿 절정을 알리는 행사로 제주 1만8천여신들을 초청해 들이는 제의로 새봄 문을 여는 초감제, 밭에 씨를 뿌려 만물이 소생하는 과정과 제자의 부정을 쫓는 이야기로 구성된 제주 유일한 탈놀이인 입춘탈굿놀이, 농사신에 대한 의례로 진행되는 세경놀이, 나무 소를 몰며 직접 농사를 짓는 과정을 시연하고 입춘덕담을 하는 낭쉐몰이, 좋지 않은 것들을 신칼로 쫓아내는 막푸다시, 난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원조의 <탐라록>(1891)에 따르면, 탐라국 입춘굿놀이는 탐라국 왕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업을 장려하던 풍속과 풍년을 기원하며 치르던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나와 있다. 이 입춘굿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사라졌다가 1999년 제주의 민속학자 문무병 박사 등을 중심으로 제주민예총이 복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