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에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가 나붙었는데, 지금은 ‘허전한 한 자녀, 흐뭇한 두 자녀, 든든한 세 자녀’라는 헛헛한 구호만 떠돌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온 나라를 휩쓰는 상황에서, 이학렬(66·사진) 전 경남 고성군수가 “60~70년대 적극적으로 펼쳤던 산아제한 운동은 분명히 성공했지만, 인구절벽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도 낳았다. 4차 산업혁명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장점만 부각하면 산아제한 운동보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 전 군수는 6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강’ 강사로 나서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며,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컴퓨터에 의한 일자리 증발, 양극화 심화, 인간성 상실 등 많은 문제점도 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문제점을 극복할 미래산업의 조건으로 미개척 분야이면서, 임시방편이 아닌 ‘진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 확보돼야 하는 것 등을 꼽았다. 이 전 군수는 대표적 산업으로 미생물, 식물, 동물, 곤충, 종자, 유전자, 기능성식물, 환경, 물 등과 관련된 생명산업을 제시했다.
그는 “생명과 관련되면서 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생명산업은 농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구제역, 에이아이 등을 연거푸 겪으면서 최근 우리 사회가 주목하기 시작한 동물 복지처럼 농작물 복지도 강조한다면, 농업이야말로 최첨단 생명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2002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2년 동안 고성군수로 재직하며 생명환경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았고, 지난해엔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자는 뜻의 <5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전 군수는 “1963년 산아제한 운동을 시작할 당시 전문가들은 100년 뒤 2063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6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겁을 줬다. 30~40년 만에 이 운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명 났다. 이제는 그 어떤 출산장려 운동을 펼쳐도 효과를 보기 어렵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의 장점만 강조한다면, 훨씬 심각한 결과에 머지않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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