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서울시 광역단위 자치경찰 연구 보고회 남은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찰청 산하 지방경찰청을 통째로 광역 시·도로 이관하고 자치경찰에 수사권까지 주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모델 용역결과 보고회’에서 한국정책학회 신현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지방경찰청을 광역 시·도로 모두 넘기되 국가안보, 국제범죄, 전국적 사건 등만 국가경찰이 수사하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과 치안, 민생 행정, 형사 사건 등을 모두 맡게 된다.
이날 신 교수가 발표한 자치경찰제 연구 결과를 보면, 서울시민의 37.5%, 이미 자치경찰제를 시행해온 제주의 자치경찰관 56%, 전문가 45%는 “자치경찰이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형사 사건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경찰관들의 29.8%는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 수사권까지 자치경찰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도입10년이 넘었지만 수사권이 없어 자치경찰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 경찰단 활동 모습. 제주자치경찰단 누리집 갈무리
제주 자치경찰단은 도입10년이 넘었지만 수사권이 없어 자치경찰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 경찰단 선서장면. 제주자치경찰단 누리집 갈무리
이렇게 되면 자치경찰의 조직과 인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립성을 갖고 경찰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것이 서울시의 안이다. 국가경찰위원회와 지방경찰위원회가 나란히 협력적 관계를 갖고, 집행기관으로는 국가경찰청과 시·도 경찰청이 각기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공조하자는 것이다.
이런 서울시의 자치경찰제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경찰개혁위원회가 구상하는 자치경찰의 위상과도 큰 차이를 갖는다. 지난해 11월 경찰개혁위원회는 국가경찰 조직을 유지하고 전국 각 시·도에 자치경찰본부를 둬 일부 민생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넘기는 방안을 발표했다.
‘무늬만 자치경찰제’가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번 실망감을 표해왔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연방제 수준 자치경찰제를 서울시의 공식 입장으로 확정하고 중앙정부에게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자치경찰에 도입과 경찰 개혁에 대해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박 시장은 “경찰이 지난 시기 수사에 중립을 지켰습니까? 수사를 제대로 합니까? 경찰력의 상당 부분을 경비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경호에 붙이지 않았습니까? 이젠 권력의 안전이 아닌 시민의 안전을 위해 더 투자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그린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시 경찰 구조도
앞으로 나올 정부의 경찰개혁안에 서울시의 자치경찰제 요구 방안이 얼마나 담길지 주목된다. 양영철 경찰개혁위원장은 “서울시 안을 전국에 적용하면 지역 균형이 맞지 않으며 수사권 지방으로 넘기기 전에 검-경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적용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조만간 180개 이상의 경찰 사무를 지방에 이관하고 조직을 혁신하는 자치경찰제안을 5개 지역에서 먼저 실천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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