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처리 전 <경복궁도>. 임진왜란 전에만 존재했던 건물인 충순당, 문소전 등이 표시돼 있고, 영조가 세운 정해잠비(1767년 누에를 쳤다는 비석)가 표시돼 있다. 이로써 이 그림이 영조 이후에 그려졌고, 조선 전기의 경복궁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리기 전 경복궁 배치를 보여주는 <경복궁도>가 복원됐다.
7일 서울역사박물관은 2016년 구입한 뒤 1년 동안 보존처리한 <경복궁도>를 공개했다. 이 그림은 18세기 말~19세기 후반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란 이전 경복궁 배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연대 추정의 이유를 보면, 먼저 문소전이나 충순당처럼 조선 전기 경복궁에만 있던 건물이 표시돼 있다. 또 1770년 영조가 세운 ‘정해잠비’(1767년 누에를 쳤다는 비석)가 나와 있는 것으로 볼 때 그 뒤 그려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재건 뒤 새로 지은 수정전, 집옥재 등이 표시돼 있지 않아 그 전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이 그림 보존처리 과정에서 배접지(뒤에 붙이는 종이)로 사용한 옛 문서 5점을 발견해 이것을 분리한 뒤 역시 보존처리했다. 배접지는 원문서를 보강하기 위해 뒤에 붙이는 종이로 이 문서는 학습용으로 이용된 과거 답안지(시권)로 추정된다.
경복궁은 조선 건국 직후인 1395년 완공돼 200년 동안 정궁으로 사용됐으나, 1592년 임진왜란 때 불탔다. 그 뒤 왕은 창덕궁이나 경희궁에 주로 머물렀다. 현재 경복궁은 고종이 즉위한 뒤 섭정을 한 흥선대원군이 1868년 재건했다. 그러나 1896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하면서 다시는 왕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서울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