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수도권 일대에서 원룸이나 빌라를 지으려는 무자격 건축업자들에게 수백만원을 받고 건설면허를 대여해 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총책 윤아무개(47)씨와 브로커 강아무개(48)씨 등 모두 5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설계사무소 대표 13명, 건설기술자 20명, 이른바 ‘바지사장’ 9명 등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 등은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유령 종합건설사를 운영하며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대 5831개 건설현장에 건설업 면허를 빌려주면서 건당 250만~700만원을 받아 모두 17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종합건설사를 1억~1억5000여만원에 인수해 김씨 등 9명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운영된 유령 법인은 모두 22곳인데, 당국에 불법 면허 대여가 적발될 때마다 새로운 건설사를 인수하는 것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 건설기술자들은 윤씨 등이 유령 법인을 설립할 때마다 소속 기술사인 것처럼 속여 500여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뒤 다달이 월 12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종합건설사는 국가기술 자격증을 소지한 건설 기술사 5인 이상 등이 있어야 건설업 면허를 받는다.
또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57·불구속)씨 등 13명과 구속된 강씨 등 브로커 17명은 윤씨 등이 운영하는 유령 법인을 소개해주는 명목으로 건당 100만~2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로부터 면허를 빌린 무자격 건축업자들이 지은 공동주택 등은 수도권 일대 5831곳에 달하고, 공사금액은 모두 2조8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자격 건축업자들은 이들을 통해 손쉽게 면허를 빌려 공동주택 등 건축물을 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종합건설사를 통해 건물을 지었을 때보다 건축비용이 20%가량 낮아져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5831개 건설현장의 무자격 건축업자 명단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고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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