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가 열렸다. 이날 표결을 통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이 각각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에 선임됐다. 김광수 기자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부산시와 영화계가 다시 충돌하고 있다. 이번엔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인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연임과 관련해서다. 부산시가 임기가 끝나는 운영위원장을 다시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영화계 일부는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이사장 취임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부산시가 보복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7일 부산시 설명을 종합하면, 부산시는 28일 임기가 끝나는 최윤(52)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을 다시 위촉하지 않기로 하고 후보자 10명을 서병수 시장에게 보고했다. 서 시장은 이 가운데 한 명을 지명해 13일 정기총회에서 추천한다. 부산영상위 회원은 120여명인데 부산시가 추천한 인사들이어서 서 시장이 추천한 인물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최 운영위원장은 1년6개월 만에 그만두게 된 셈이다.
부산영상위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 영화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부산시가 1999년 12월 만들었는데 국내 최초 영화 촬영 지원기구다. 지난해 5월까지 1122편의 영화 제작을 지원했고 부산 영상·영화산업 발전 정책을 만들어 집행한다. 부산시장이 당연직 위원장이고 운영위원장이 실무를 총괄한다. 최 운영위원장은 2016년 4월 사무처장에 임명됐다가 9월 운영위원장에 취임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영화단체연대회의 등 10여개 영화계 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어 “최 운영위원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에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이사장 취임 지지 발언을 했다. 이를 문제 삼은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가 최 운영위원장을 연임시키지 않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 운영위원장은 사무처장으로 있다가 안병율 운영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발탁됐다. 부산 영상산업 발전에 더 기여할 적임자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은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의 앙금이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지난달 31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에선 이 전 집행위원장과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을 각각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와 영화계가 충돌했다. 부산시를 대표한 인사들은 “이 전 집행위원장은 업무상 횡령, 전 전 부집행위원장은 사기 혐의로 각각 벌금 500만원씩 확정 판결을 받았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며 두 사람의 임명을 반대했으나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다이빙벨 사건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법률 조언을 받았더니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이사 16명과 집행위원 4명 등 20명의 회원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후보 각 2명씩을 두고 표결을 했는데 이 전 집행위원장은 12표, 전 전 부집행위원장은 13표를 얻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됐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의 갈등은 2014년 9월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시작됐다. 서병수 시장이 상영 중단을 요구했으나 집행위원회는 상영을 강행했다. 때마침 감사원이 국비·시비가 많이 지원되는 전국 주요 문화행사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는데 회계 부정이 드러났다며 검찰에 고발을 권고했고, 부산시는 고민 끝에 이 이사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이사장 등을 기소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이 이사장에게 500만원 벌금형을 확정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협찬금을 유치하면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당시 사무국장이 가짜 서류를 만들어 중개수수료 2750만원을 조성한 뒤 부산국제영화제 쪽이 공동 투자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회사에 275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 전자결재를 하는 등 관여했다는 혐의(업무상 횡령)였다.
전 집행위원장은 2013년 기업체 협찬금 5천만원을 퇴사한 직원이 중개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퇴사한 직원 계좌로 1100만원의 수수료를 받게 한 뒤 다시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사기)가 드러나 기소됐다. 2심 재판부가 벌금 500만원을 판결하자 상고를 포기해 혐의가 확정됐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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