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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난해 하반기만 38곳…콩 볶듯 ‘재건축 관리처분’

등록 2018-02-07 16:40수정 2018-02-08 19:06

강남권 등 15곳 3개월 만에 일사천리 통과
초과이익환수제 앞두고 구는 독려…시는 수수방관
“공공이 강남 재건축 쏠림 부추겨” 비판

지난해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과정이 알려지면서 집값 급등 원인이 됐던 강남 재건축에 대해 지자체와 정부가 사전관리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반포본동 주공아파트와 강남 일대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과정이 알려지면서 집값 급등 원인이 됐던 강남 재건축에 대해 지자체와 정부가 사전관리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반포본동 주공아파트와 강남 일대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하반기에만 서울시에서 총 38개 단지, 5만2430가구 규모로 재건축 아파트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23곳은 강남, 서초, 송파에 지어질 예정이며, 특히 15곳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 6개월도 안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재건축조합들과 구, 서울시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7일 <한겨레>가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재건축 회의록을 받아보니,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강남구 8곳, 서초구 13곳, 송파구 2곳 등 강남3구에 23곳이며, 마포·강서·강동 등에 15곳이 재건축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38개 단지는 2016년 7곳, 2015년 18곳의 2~5배를 넘는 규모다. 관리처분인가는 주택재정비사업의 마지막 행정단계로 이 절차를 마치면 분양과 이주에 들어간다.

서초구 단지의 ‘속도전’이 두드러졌다. 5335가구 규모 반포주공1단지 1, 2, 4주구는 지난해 1월 서울시도시정비계획위원회와 7월 건축심의를 통과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12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쳤다. 같은 서초구 3685가구 한신4지구는 6월 건축심의를 받자마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10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11월 인가를 받은 뒤 분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정비사업통계’를 보면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인가까지 평균 1년5개월이 걸린다.

어떻게 대규모 단지가 이토록 속도를 낼 수 있었을까? 올해부터 적용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분담금 합의가 빨라졌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민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라고 했다. 한 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100가구 정도가 6개월 안에 절차를 마친 사례는 있지만 대단지에선 이런 속도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은 “3개월 만에 수천가구가 자산가격 평가, 이주비 책정, 공사기간을 합의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사업시행과 관리처분인가 권한이 있는 기초단체는 공공관리를 하기는커녕 속도전을 부추겼다. 예를 들어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스피드재건축 119’라는 위원회를 만들어 구 건축과장 등과 함께 재건축조합을 찾아 “구가 지원할 테니 속도를 높여라”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역할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 의원은 “지금까지는 건축심의를 한번에 통과한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지난해엔 모두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지난해 서초구가 신청한 23곳 재건축인가가 모두 진행되면 서초구는 35층 아파트로 뒤덮인다. 서울시가 부동산시장이나 도시환경에 미칠 영향을 살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통상 서울시 건축심의는 재건축 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해 9개 단지가 건축위원회에 상정됐고 그중 8곳이 1~2차례 심의를 거쳐 바로 통과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는 구청 권한이다. 박근혜 정부 때 재건축 연한 단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라는 빗장을 열어놓은 것이 본질적인 원인이다. 시는 관련 법령과 국토교통부 심의지침에 따라 엄격히 심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기초단체에 관리처분 타당성을 다시 검증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미 진행된 재건축사업을 되돌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 의뢰를 추진하던 서초·송파구청은 재건축조합 항의가 잇따르자 6일엔 “외부에 검증을 맡기지 않고 자체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초구는 “아직 한신4지구는 관리처분인가하지 않았으며 이미 인가한 6개 단지를 제외한 9개 단지 관리처분 내용을 재검토하고 있다. 스피드재건축위원회는 단순히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건축 주체들의 갈등을 막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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