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이 폐기하려했던 서류더미에서 나온 4대강 관련 문서들. 수공은 “대부분 보존연한이 경과되어 이미 파기되었어야 할 문서이나, 편의상 보관하던 자료”라며 중요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기록원은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기록물관리를 해야 하는 문서들을 폐기문서 목록조차 작성하지 않고 폐기하려 했다.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파기하려 한 문서에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으로 1조억원 손실이 예상된다는 보고서가 발견됐다. 수공은 사업 초기부터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12일 국가기록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0년 6월쯤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경인 아라뱃길사업 국고지원’ 문건에서 “사업비가 4301억원 증가하고 수입은 4조759억원이 감소한다. 국고 지원을 당초 3289억원에서 5247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국고 지원이 있어도 1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애초 2009년 국토교통부는 경인운하 사업에서 645억원 손실을 예상했지만, 실제 사업을 맡은 수공이 다시 계산해보니 비용은 늘고 수입은 줄어 모두 1조1055억원의 손실이 예상됐다. 예를 들어 항만 수익 감소 3조18억원, 남측 제방도로 수익 감소 7345억원, 물류단지 수익 감소 3396억원 등이었다.
경인운하 사업은 초기부터 이익을 낼 수 없고 공공성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을 4대강 사업의 시범 사업으로 여겼던 이명박 정부는 비용 대비 편익(B/C)을 조작하고 수공 자체 사업으로 떠넘겨 이 사업을 강행했다. 이 사업에는 모두 2조7천원이 투입됐다. 특히 이 문건엔 “남측 제방도로를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이고 돈을 받으면 안 된다”는 ‘VIP(이명박 대통령) 지시사항’도 적혀 있는데, 이 지시에 따라 7345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1월18일 수공 기록물 무단 폐기를 제보한 사진. 그러나 기록원 직원들이 갔을 때는 사진 속 ‘4대강II’ 폴더는 이미 사라진 다음이었다.
지난 1월9일 국가기록원은 국무회의에서 “기록물 관리실태 조사 결과, 2016년 12월 수공이 4대강 사업 관련 기록물을 무단 반출해 폐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수공은 국무회의가 열린 바로 그날 또 용역업체를 불러 대전 청사에 있던 16톤의 기록물을 반출해 폐기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제보를 받고 기록원 직원들이 갔을 때는 이미 4차례에 걸친 반출·폐기로 많은 문서가 사라진 뒤였다.
국가기록원은 폐기업체에서 문서 12상자, 기록물 407건을 가져와 그중 302건이 원본기록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302건 중에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성 변동 현황’ 외에도 ‘한강 3·4공구 소수력 시공실태점검 조치결과 보고’(2011년 4월 4일), ‘4대강 생태하천조성사업 우선 시행방안 검토 요청’(2010년 5월 17일) 등 4대강 사업 관련 문서 40건이 포함돼 있었다.
국가기록원 이강수 학예연구관은 “제보자 사진에는 ‘4대강2(II)’라는 파일첩이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땐 이미 사라지고 ‘4대강4(IV)’ 뭉치만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수자원공사에 사라진 4대강사업 3개 파일첩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국가기록원 이소연 원장은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지만 수자원공사 문서폐기가 계속된 만큼 이번엔 반드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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