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경찰서는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가 목이 졸려 살해된 20대 여성의 시신을 11일 발견하고, 유력 용의자인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을 쫓고 있다. 12일 오전 경찰이 사건이 발생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증거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 11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던 20대 관광객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이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나흘째 행방을 쫓고 있으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특히 이 용의자는 지난해 같은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도 전역 사람안전! 특별도보순찰의 날 운영 등’을 내세워 특별방법활동 기간(5~18일)이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경찰과 법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1일 오후 12시20분께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관광객 ㄱ(26·여)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한아무개(33)씨가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한씨는 애초 12일 오후 4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에서 2차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검찰은 한씨가 지난해 7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에 취한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성폭행하려다 준강간 혐의로 지난해 12월11일 불구속 기소돼 올해 1월15일 법원에 출석했고, 12일에는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숨진 ㄱ씨는 지난 7일 오전 혼자 제주 제주 여행에 나서 렌터카를 빌려 관광을 하다 같은 날 오후 이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 다른 숙박객들과 저녁에 술자리를 함께 한 뒤 방으로 들어갔으며, 8일 새벽 2시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 관광객은 애초 9일 오후 5시30분 항공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이틀 뒤인 지난 10일 오전 10시45분께 ㄱ씨의 가족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10분께 시장을 보고 왔다는 관리인 한씨를 만나 ㄱ시가 나간 시간과 들어온 시간, 차를 타고 왔는지 아닌지 등을 물었지만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한씨는 경찰의 조사를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8시35분께 김포행 항공기로 제주를 떠나 잠적했다.
경찰은 10일 오후 4시50분께 숙소에서 1㎞ 남짓 떨어진 도로에서 ㄱ씨가 타고 온 렌터카를 발견하고, 곧바로 수사로 전환해 다음 날인 11일 낮 12시20분께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5m 정도 떨어진 폐가에서 ㄱ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ㄱ씨에 대해 부검을 한 결과 직접적인 사인이 ‘경부압박성 질식’(목졸림)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용의자 한씨가 제주공항을 이용해 제주도를 빠져나간 시점은 이날 오후 8시35분이어서 4시간 가까이 제주도에 있었다. 한씨가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경찰은 초동수사 미흡 지적에 대해 “처음에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탐문 중이어서 한씨를 용의자로 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한씨를 공개 수배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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