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시가 발표한 신혼부부 주택공급 계획은 그동안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결혼을 미뤄왔던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사진은 신혼집을 찾고 있는 한 부부의 모습. 탁기형 기자
서울시가 ‘저출산에 대한 혁명’을 선언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6만가구 공급하고, 민간주택에 입주하는 2만5천가구에겐 임차보증금을 지원한다. 또 동 단위로 돌봄 체계를 만들어 보육을 책임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지금까지의 저출산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앞으론 저출산이란 말조차 쓰지 않겠다.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을 출산 도구로 대상화하는 모든 관점에 반대하며 여성과 청년 당사자의 관점에서 모든 해법을 마련하겠다”며 신혼부부의 주거와 보육에 대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 5개년 계획’이다.
한해 서울에서 결혼하는 5만쌍 신혼부부 중 서울의 전세값 중간치인 2억7천만원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는 1만7천가구로 집계된다. 시는 한해 1만7천가구씩 5년 동안 8만5천가구 전세를 지원하면 결혼으로 새로 생기는 가구의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2억7천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전세를 살고 있거나, 가구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인 월 482만원(3인 가구 기준)에 못 미치는, 결혼한 지 5년 이내의 신혼부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전에도 행복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등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용 주택은 있었지만 지난 4년 동안 공급량은 5천가구에 불과했다. 이번에 발표한 공급계획에선 재개발·재건축 때 나오는 임대주택 7700가구와 다세대·다가구 3200가구 등 모두 3만5천가구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으로 새로 공급한다. 공급에선 역세권 청년주택이 차지하는 몫이 크다. 청년주택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비율은 15%에서 30%로 늘리고 청년주택 4600가구를 신혼부부 몫으로 시가 더 사들일 예정이다.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사업으론 한해 5천가구가 1년에 1.4~1.5% 이자로 임차보증금의 90% 혹은 2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시는 또 1조2449억원을 들여 신혼부부가 아파트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형 신혼부부 특화단지도 조성한다. 우선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고덕강일 12블록(700가구)과 구의자양지구(300가구)에 건설을 추진하고 앞으로 구룡·성뒤마을에도 육아·보육· 공동체 공간을 갖춘 신혼부부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또다른 신혼부부 지원정책은 ‘공공책임 보육’이다. 시는 5년 안에 공동육아 품앗이 공간인 ‘우리동네 열린육아방’을 450곳, 초등학생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키움센터’를 125곳 설치할 예정이다. 0~13살까지 돌봄체계를 동 단위로 촘촘히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은 2020년까지 1930곳으로 늘려 전체 보육시설 절반을 국공립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2019년부터는 민간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부모들이 부담하는 차액을 완전히 없애 무상보육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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