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대강 사업의 원조 격인 한강 신곡수중보 철거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런데 이 연구용역은 3년 전에 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환경단체는 서울시가 신곡보 철거를 또다시 미룬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지난 19일 서울시는 신곡보와 한강에 대한 연구용역과 관련한 사전 규격을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전 규격 공개는 연구용역을 발주하기 전에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다. ‘한강 물환경 회복 전략계획 수립용역’이라는 이 연구용역의 내용을 보면, 크게 현황 조사와 여건 분석, 수질 관리, 생태 강화, 물길 회복 방안 등 네 가지로 구성돼 있다. 연구 기간은 2019년 3월까지다.
이번 연구용역은 서울 한강의 하류에 있는 신곡수중보의 철거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신곡보 철거 때 하상 변화 검토, 지하수 영향 검토, 주운(뱃길) 영향 검토, 농업용수 취수 영향 분석, 개선 비용 분석, 경제성 평가, 장기 미래 방향 설정, 한강 물길 구상, 하천 수량 확보 방안 검토 등이다.
문제는 이런 연구 내용이 2014~2015년 서울시가 발주한 ‘신곡수중보 영향 분석’이란 연구용역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책임자였던 당시 연구는 하도 변화, 지하수위 유지, 주운 수심 유지, 취수 수위 유지, 개선 비용 산정, 경제성 분석, 개선 방안 검토 등 내용이어서 이번 연구용역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당시 연구의 결과는 신곡보 처리와 관련한 결론도 명확히 제시했다. 신곡보 철거(대안1)가 가동보 이동(대안2), 가동보 개방(대안3)보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높아 가장 타당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신곡보를 철거하는 데는 173억원이 들고, 그 영향을 관리하는 추가로 628억1500만원이 들어 총 801억15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편익은 최대 1150억 2956만원으로 비용보다 더 컸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수위는 홍수기 0.26m, 갈수기 1.9m까지 내려가고 수위의 변동 폭은 1.3m에서 2.8m로 1.5m가량 더 커진다. 백사장은 162만㎡(49만평)가 늘어나고, 특히 밤섬의 넓이는 58%까지 커지며, 서강대교 부근의 물길 너비는 99~215m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나 녹조도 모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 이런 결과에 대해 보수 정당과 매체들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한 박창근 교수팀의 편파적인 연구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 연구 결과를 발표도 하지 않은 채 보완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연구 결과는 묻혀버렸고 서울시의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환경단체와 한강시민위원회가 계속 신곡보 철거를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번 연구 발주에 대해 서울환경연합은 논평을 내어 “이번 연구용역은 신곡보 영구 존치를 위한 알박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서울시는 여의도 통합선착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한강에 아라뱃길(경인운하)까지 연결하면 신곡보 철거는 요원해질 것”이라며 “정부는 경인운하에서 철수하고, 서울시는 신곡보에 대한 결론이 날 때까지 통합선착장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 7월 신곡수중보 가동보 주변에 녹조가 낀 모습. 서울환경연합
3기 서울시 한강시민위원장을 지낸 조명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도 “여의도 통합선착장 건설이나 경인운하 연결은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들이다. 서울시가 계속 추진할 이유가 없다. 신곡보 문제도 4대강 사업의 처리와 연계해 권한이 있는 국토교통부나 환경부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서울시장 주재로 2차례 걸쳐 집중검토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더 잘 판단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대희 서울시 물순환정책과장은 “지난 연구에서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앞으로 국토부와 신곡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구”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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