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전문 사관들이 임관식에서 모자를 날리고 있다.육군학생군사학교 제공
세상이 바뀌었다. 군대도 바뀌었다.
육군학생군사학교가 축제 같은 장교 임관식을 준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28일 충북 괴산 교정에서 학군 장교 임관식을 한다. 이날 육·해·공군, 해병대 학군 장교 4100명이 임관한다. 지난해까진 충남 계룡대에서 육·해·공 사관학교 등과 합동 임관식을 했지만 올해부턴 학군 장교는 이곳에서 임관식을 따로 한다.
이귀호 학생군사학교 임관식 기획단 홍보 장교는 “군별 특성을 살리고, 정든 교정에서 추억을 나누려는 뜻에서 임관식을 따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 99곳에 편성된 111개 학군단(육군)은 해마다 여름과 겨울 이곳에서 2주씩 입영 훈련을 한다.
학군 장교 후보생들이 하계 입영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학생군사학교 제공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들어온 학군 장교 후보생들의 입교식.육군학생군사학교 제공
이번 임관식은 벌이 쏴도 꿈쩍 않는 딱딱한 제식보다 대학 축제를 방불케 한다. 공식 임관식에 앞서 식전 행사가 재미있다. 중앙대·성신여대 학군단 소속 후보생들은 뮤지컬·춤 등 공연을 선보인다. 숙명여대 응원단은 치어리딩과 국악인 오정해씨가 진행하는 국악, 걸그룹 공연도 있다. 행사장 한쪽에선 김송호 작가의 사진전, 호국미술대전 작품전도 이어진다.
학군장교 후보생들이 제식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 학생군사학교 제공
물론 의장대 시연, 태권도 시범, 고공 강하, 군악대 공연 등 군대 냄새 물씬 나는 공연도 있다. 임관 신고, 계급장·사령장 수여, 임관 선서 등 본 행사는 그야말로 ‘칼’같이 진행된다.
여느 임관식이 멀찍이 떨어져 아들·딸 얼굴 한번 보고 돌아서는 게 전부였다면 이번 임관식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뷔페, 푸드트럭, 이동식 충성마트(PX) 등을 통해 음식을 나눌 수 있으며, 부대에서 준비한 음식도 먹을 수 있다. 후보생들의 땀을 빼앗는 대신 튼튼한 팔다리를 선물했던 훈련장, 행군 코스도 둘러볼 수 있다. ‘내가 매고 있는 군장 무게는 아버지 어깨보다 가볍다’는 문구가 기다리는 ‘어버이 고개’(왕복 600m), 가파른 경사 탓에 후보생 사이에서 죽음의 고개로 불렸던 독도법 교정 ‘괴베레스트’ 등정(왕복 1.5㎞)도 체험할 수 있다.
학교는 주변 괴산과 충북지역 농·특산물을 맛보고 살 수 있는 장터와 함께 지역 주민이 즐길 수 있는 행사도 준비했다.
이귀호 장교는 “2011년 경기 성남에서 이곳 충북 괴산으로 학교가 이전한 뒤 처음 하는 임관식이다. 신임 장교와 가족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의 장이자,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