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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컬링 대표팀은 졌지만 의성은 울지 않았다

등록 2018-02-25 12:21수정 2018-02-25 16:02

의성체육관 800명 모여 두시간 단체 응원전
‘금메달 아니어도 괜찮아, 너흰 이미 최고야.’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 안에 800여명이 모여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의성/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 안에 800여명이 모여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의성/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금메달 아니어도 괜찮아, 너흰 이미 최고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을 앞둔 25일 아침, 단체 응원장이 마련된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 안에 누군가가 이런 펼침막을 걸어놨다. 혹시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 스웨덴에 져도 선수들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날 오전 9시5분 시작된 결승전은 두시간 만에 끝났다. 한국이 스웨덴에 3:8로 졌다. 하지만 의성체육관에 응원 나온 사람들은 울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선수들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줬다.

의성여고 3학년 최유빈(18)양은 “은메달을 딴 것 만으로도 기뻤고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언니들이 자랑스럽다. 지금까지 너무 수고 많았다”며 웃었다. 김효진(18)양도 “마늘 말고도 의성이 컬링으로 유명해져서 기분이 좋다. 조금 아쉽지만 언니들이 너무 수고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승연(18)양은 “솔직히 금메달을 기대하기는 했지만 은메달을 딴 것 만으로도 너무 자랑스럽다. 의성에 돌아와서 푹 쉬고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지난 20일 한국과 미국 경기부터 의성여고 체육관에 단체 응원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응원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결승전 응원장을 더 넓은 의성체육관으로 옮겼다. 의성체육관에는 이날 의성 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경기 용인시 등에서도 중계방송을 보며 함께 응원을 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윤아무개(69)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결승전으로 보려니 분위기가 너무 나지 않아 한시간 동안 차를 몰아 의성체육관으로 왔다. 원래 컬링 규칙도 몰랐는데 이번 의성 여자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모든 컬링 경기를 봤다. 의성 여자 선수들이 부모 일 도와가며 틈틈이 연습한 ‘흙수저’인데 은메달을 땄다. 스포츠는 돈 있는 아이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컬링 여자 선수들을 보며 너무 감동을 받았다. 은메달 딴 것 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 안에 800여명이 모여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의성/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 안에 800여명이 모여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의성/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선수 5명 중 4명(김은정·김영미·김선영·김경애)은 경북 의성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의성여중과 의성여고를 나왔고 아직도 의성에 산다. 의성에는 200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제규격을 갖춘 의성컬링센터가 만들어졌다. 의성은 면적이 1174.9㎞로 서울(605.3㎞)의 갑절 정도다. 하지만 인구는 5만3390명(1월 기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중 65살 인구가 38%(2만315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날 의성체육관에는 800여명이 몰려들었다.

주민 권군순(66·의성읍 철파리)씨는 “영미랑 경애는 우리 동네 애들인데 어릴 적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가고 내가 크는 과정을 다 봤다. 얘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어렵게 큰 아이들인데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동네로 돌아오면 잔치를 열어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의성체육관 안팎에는 ‘의성마늘 와사비(일본)를 이겼고 바이킹(스웨덴)을 넘자’, ‘컬링의 메카 의성, 세계로 비상하다’, ‘의성 마늘밭 언니들! 대한민국이 반했다’, ‘국내 최초 의성컬링센터 평창올림픽의 주역되다’ 등이 적힌 수십개의 펼침막이 걸렸다. 의성체육관 밖에서 커피 등 따뜻한 음료를 타주는 자원봉사자들은 스마트폰을 켜놓고 결승전 중계방송을 봤다.

의성/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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