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 음악가인 고 윤이상 선생의 생전 모습. 독일 베를린에 안장돼 있던 그의 유골함이 25일 경남 통영으로 돌아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이 낳은 세계적 음악가인 고 윤이상(1917~1995) 선생이 간첩 누명을 쓰고 한국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난 1969년 이후 49년, 1995년 독일에서 숨진 지 23년만에 귀국했다. 그의 유골은 경남 통영 추모공원에 잠시 안치됐다가, 다음달 30일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통영국제음악당 뒷마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통영시와 통영국제음악재단 등은 25일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던 윤이상 선생의 유골함을 가져와, 25일 오후 3시30분 윤 선생의 부인 이수자(91)씨에게 전달했다. 통영시추모공원에서 남편의 유골함을 인수한 부인 이수자씨는 추모공원 안 공설봉안당에 유골함을 임시 안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 선생 유골함 인수·인계와 안치는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부인 이수자씨는 “남편의 유해를 돌려받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플로리안 리임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앞서 플로리안 리임 대표와 윤 선생의 딸 윤정(63)씨 등은 독일로 건너가 지난 23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혀있던 윤 선생의 유골함을 파냈다. 플로리안 리임 대표는 25일 유골함을 갖고 귀국했으며, 딸 윤정씨는 오는 28일 따로 귀국할 예정이다.
윤 선생의 유골함은 2018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다음달 30일 오후 2시 통영국제음악당 뒷마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장소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을 원했던 윤 선생의 뜻에 따라 마련됐다. 묘역은 “작고 소박하게 조성하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100㎡ 이하로 조성하고, 무덤은 봉분 없이 평장을 한다. 작은 밥상만 한 크기의 자연석 추모비에는 윤 선생의 이름과 생몰 연월일만 새겨질 예정이다.
윤이상 선생은 독일을 근거지로 음악 활동을 펼치다 1967년 이른바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2년간 징역을 살았고, 1969년 쫓겨나다시피 독일로 돌아간 이후 결국 한국에 다시 발을 딛지 못한 채 1995년 눈을 감았다. 그의 유골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혀있었는데, 지난해 윤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으로의 귀국이 추진되기 시작했고, 최근 베를린시가 이장을 허가하면서, 귀국이 성사됐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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