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협회는 26일 기자회견(왼쪽)을 열어 경남에서 불거진 연극계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경남도민에게 사과했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적극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연극계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남경찰청은 26일 10대 청소년단원들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는 조증윤(50) 극단 번작이 대표를 체포했다. 경남연극협회는 조씨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하용부(63) 전 밀양연극촌 촌장 등 연극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경남에서 활동하며 범행을 저지른 점 때문에 경남도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날 “조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씨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조씨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극단 번작이 사무실도 압수수색 했다. 앞서 피해자 2명과 참고인 조사도 마쳤다. 조씨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27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의 범행은 극단 번작이에서 11년 전 청소년단원으로 활동했던 김아무개(26·여)가 지난 18일 새벽 자신의 피해 사실을 페이스북에 미투 운동 해시태그(#me too)와 함께 써올리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와 또다른 여성 등 청소년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조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2명을 확인한 상태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연극계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경찰에 체포된 것은 조씨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연극협회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는 위계서열이 강조되는 연극계 권력을 악용해 일상적이고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한다. 이번 일로 연극계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경남도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경남연극협회는 번작이 등 17개 극단에 회원 327명이 가입해 있는데,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밀양연극촌과 이곳에서 활동한 이윤택·하용부씨 등은 경남연극협회에 가입해 있지 않다. 협회는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성평등 규약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협회에 소속된 예술강사에게 청렴서약을 받기로 했다. 또 피해 사실을 알리는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해마다 상·하반기 성폭력 설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김해성폭력상담소 등 42개 여성단체가 모인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도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를 폭로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지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미투(#me too) 운동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며,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위드유(#with you) 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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