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해양경찰청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별관. 해양경찰청 제공
정부가 해양경찰청을 인천으로 재이전하기로 한 데 대해 해경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무 효율 차원에서는 세종에 남는 것이 더 나은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인천 재이전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해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이르면 오는 8월까지,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인천으로 재이전할 계획이다.
28일 행정안전부 인터넷 홈페이지의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에 대한 ‘전자공청회’에 올라온 댓글을 보면, 현재 세종에 있는 해경의 인천 재이전에 대해 압도적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의 행안부와 과천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세종 이전에 대해 다수가 찬성, 소수가 반대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해경의 한 직원은 “댓글 의견을 올린 대다수는 내부 직원들”이라고 귀띔했다.
전자공청회에 올린 댓글 의견을 보면, 관련 기관들과의 업무 협조상 세종에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 댓글은 “중앙부처간의 빠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처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해경의 상급 기관인 해양수산부와 주요 관계 기관인 행안부, 기획재정부, 소방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등이 모두 세종에 있고, 해군 본부조차 이웃 계룡시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세종의 해양경찰청이 현장 대응 조직이 아니라, 정책 수립과 집행, 관리, 감독 기관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다른 댓글은 “이미 인천에 서북 해양의 안보를 책임지는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있고, 인천을 관할하는 인천해양경찰서가 있으며, 이들을 아우르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이 있다. 중앙 부처로서 전국 해양경찰을 아우르려면 인천 이전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댓글은 “행정도시의 목적이 지역 균등 발전과 관련 부처 업무 협업인데, 행안부와 과기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해경을 인천으로 가라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밝혔다. 또 “해경 본청은 동·서·남해를 균형있게 지휘해야 하는데, 세종은 국토의 중심에 있고 인천은 서북쪽에 치우쳐 있다”는 댓글도 있었다.
2014년까지 해양경찰청이 있던 인천 송도의 청사. 해양경찰청 제공
이밖에 생활상의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댓글은 “이제 겨우 세종에 자리를 잡았는데, 또 어디로 이사를 가라는 것인가? 없는 살림에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해경 직원은 “인천에서 세종으로 옮긴 지가 3~4년밖에 안 됐다. 소수의 고위직을 제외하고 다수 직원들은 인천으로 옮기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경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로 이사한 직원들한테서 그런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해수부나 행안부, 소방청 등과의 업무 관련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서울에 있는 외교부, 국방부, 경찰청 등이 업무 관련성이 더 크다. 한국의 바다에서 인천이 갖는 상징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담당하는 행안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애초 인천 지역에서 요구해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채택한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해경은 세종으로의 이전 기관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옮긴 것이다. 해경 직원들의 의견보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1953년 해양경찰대로 창설된 해경은 1964년 부산, 1979년 인천으로 본부를 옮겼다가 지난 2014년 국민안전처로 통합되면서 세종시로 옮겼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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