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송월동 엘지화학 나주공장. 1962년 호남비료로 출범할 때는 변두리였으나 현재는 원도심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엘지화학 나주공장 제공
천년고도인 전남 나주시가 원도심의 화학공장 증설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나주시는 28일 “엘지(LG)화학이 옥탄올 아크릴 접착제 등을 생산하는 나주공장의 증설을 신청해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전남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고, 엘지화학에 교통영향평가 용역과 경관위원회 자문 등을 요구했다.
엘지화학은 지난해 9월25일 “2018년에 1430억원을 들여 나주공장에 가소제(성형이나 가공을 쉽게 하려고 첨가하는 물질) 공장 1동 1190㎡와 촉매개발센터 5동 3만370㎡를 증설하겠다”고 승인을 신청했다. 또 2022년까지 2300억원을 들여 접착제 공장을 추가로 설치해 일자리 200개를 늘리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나주공장은 울산·여수·청주 등 전국 7곳의 엘지화학 공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중간제품 생산단지다. 지난 84년부터 나주시 송월동 터 54만4500㎡ 중 26만4000㎡에 연관설비를 두고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제품을 생산해왔다. 2016년의 매출은 6428억원을 기록했고, 고용은 엘지 직원 275명과 협력사 소속 255명 등 모두 530명이다.
지난해 9월 나주시에 제출된 엘지화학 나주공장의 증설 조감도 엘지화학 나주공장 제공
나진호 이 공장 업무지원팀 부장은 “환경논란이 있는 프탈레이트계 제품 대신 친환경 가소제를 생산하는 공장을 새로 지으려 한다. 공장 터 중 40%인 유휴지를 활용해 친환경 공장동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승인이 늦어져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증설계획이 알려지면서 인구 11만명의 중소도시인 나주에서는 찬반여론이 분분하다. 찬성과 반대를 넘어 아예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장 인근 주민들과 협력업체 임직원 등은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매출과 고용을 늘린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반면 엘지화학 증설반대시민대책위원회는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독성물질과 고압탱크가 도심 안에 50년 넘게 버티고 있었다. 도시 발전과 주민 안전, 환경과 경관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증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300~700m 떨어진 거리에 아파트와 초등학교, 유치원 등이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치분권전남연대는 이날 논란의 해결을 모색하는 엘지화학 이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재창 이 단체 대표는 “증설에는 찬반이 있으나 이전에는 대다수가 동의하는 만큼 공장 터를 활용해 행정복합타운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엘지 쪽은 나주공장의 자산가치가 2조원, 이전비용이 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사실상 이전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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